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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노스님

목수와 그의 아내 - 11

by 미칼라책방

한진건설에 막 들어갔을 때는 할 줄 아는 게 많이 없었다는 아빠.

하지만 일이 손에 익으면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직원 하나 데리고 나오셨단다.


"아빠, 한진건설에서 나와서 집도 많이 지었겠네?"

"절도 지었지."

"절? 불교... 그 절?"

"통도사에서 정년 퇴임한 스님이 계실 절을 지었지."

"울산에서?"

"지금은 하도 변해서 잘 모르겠지만 월평에서 부산 가는 산속 어디쯤 됐지... 아마."

"산으로 출퇴근을 어떻게 했어?"

"월요일에 가면 주지스님이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자고 가'하시는 거야. 그러면 절에서 주말에나 내려왔어."

"주 중에 일꾼들도 모두 함께 지냈어?"

"미칼라~ 절이고 성당이고 아무나 가서 일하는 거 아니야."

1977년도에 20평 남짓 한 절을 지으면서 아빠는 스님 두 분과 몇 달을 동고동락하셨다. 한 분은 노스님이고, 다른 한 분은 노스님과 함께 지내시는 젊은 스님.

젊은 그 스님은 밥도 잘하시고, 일도 잘하셨다고 하는 걸 보니 아빠랑 코드가 잘 맞는 분이셨나 보다. 남자 셋이 한 방에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경건히 기도하는 곳인지라 일 좀 한다고 다 하는 게 아니라 할 만한 사람에게 맡긴다고 하시며 아빠는 무릎을 탁! 치셨다.

"아~! 내가 그때 절 짓다가 고백성사를 봤다니까~!!!"

"왜?"

"절을 다 짓고 부처님 좌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만들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신부님한테 여쭤봤어?"

"그렇지. 그랬지. 이만저만해서 부처님 앉으실 좌대를 마련해야 하는데 큰 죄가 되겠냐고..."

"그래서 신부님이 뭐라셨어?"

형제님. 그거는 절대로 죄 안됩니다. 스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고 돈 많이 버세요. 이왕이면 '천주교 신자가 멋있게 잘 만들어 줬다'라고 소문날 만큼 만드셔야 합니다. 껄껄껄


40여 년 전 울산의 어느 멋진 신부님의 말씀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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