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그의 아내 - 12
시골서 농사짓던 우리 아부지.
결혼하고 건설회사에서 기술 배우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우리 아부지는 결국 울산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하셨다. 말이 좋아 사업이지 직원 하나에 아부지가 사장인 작은 가게와 같았다.
"고 서방 친구를 소개받았어. 이름이 뭐더라... 김병태! 김병태였어."
"일은 잘하셨어?"
"그럼~! 그 친구랑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인테리어 전문점을 한 거지. 둘이서."
"두 분이서 어디를 그렇게 꾸미셨어?"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 양화점, 양복점, 미장원, 이발소,,,, 일 들어오는 건 다 했어. 더 많이 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보다 싸게 했어. 그래서 더 바빴지."
나는 아빠가 품값을 적게 받거나 견적을 낼 때 엄청 고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빠는 나무 하나를 사더라도 아낌없이 요리조리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했다. 그래야 자재비도 절약되고 주인도 좋아하고, 일하는 아빠의 평판도 좋아지니까.
"그 시절에 울산에 목수 오야지가 10명 있었는데 내가 제일 어렸어."
"아니, 아빠. 그럼 울산 공사를 그 열 분이 다 하신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럼 목수들끼리 엄청 친하셨겠다."
"1년에 한 번씩 태화강 옆에 대숲에서 소 한 마리씩 잡아서 먹었지."
"태화강? 대숲? 소? 그거 불법이잖아. 이거 적어도 되는 거야?"
"미칼라. 그때는 다 그랬어. 대숲에서 돼지 잡고, 소 잡고 그랬어."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경찰이 어쩌다가 지나가면 사이좋게 나눠 먹는 거지. 허허허"
이제 막 30살이 된 인테리어 사장님은 사우디에 가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소문에 마음이 흔들렸고, 그곳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형님. 저 사우디 가려고요.
울산의 막내 사장을 형님 사장님들이 뜯어말렸다.
"어이~ 이사장! 너 거기 가면 병 걸려서 진짜 큰일 나!"
"사우디 모래 먹고 병 걸리면 낫지도 않는다고!"
"이사장! 내가 일은 얼마든지 물어다 줄게. 사우디는 가지 마라!"
결국 아빠는 사우디에 안 가셨다. 하지만 못 가신 건지도 모른다.
금성 빌딩 앞에 있는 대림건설에서 사우디 가는 시험을 봤는데 떨어지셨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못 가신 것이 아닐까... 그래서 너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