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그의 아내 - 13
엄마와 아빠가 젊었을 때. 내가 서너 살 무렵.
울산에서 도마교리까지는 너무나 멀었다.
"엄마~ 너무 멀어서 자주는 못 다녔겠다. 그치?"
내가 물음표를 건네자마자 엄마는 나를 뭘 모른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생신 두 번, 모내기, 가을 할 때, 명절 두 번. 그럼 6번이지? 일 년에 최소 6번이지."
"기차 탔던 거 기억은 나."
"기차 올라타면 그때부터 현태는 먹기 시작하는 거야. 그 간식 차. 그거 온다고 저쪽 칸에서 문 여는 소리 들리면 벌써 통로에 서 가지고 기다리는 거야."
"사주지 말지 그랬어~!"
"안 사주면 안 보내는걸?"
"내가 그렇게 많이 먹었나?"
"너는 현태가 먹으니까 같이 먹는 거지 뭐."
"부라보콘 먹었던 거 기억나."
"너네가 기차에서 먹은 돈이 울산에서 도마교리 가는 차비랑 똑같았어."
"우리 엄마 그때부터 통 컸네!"
"울산에서 출발해가지고 동대구 ~ 수원역~ 도마교리까지 오면 한나절이야. 아침에 출발하면 밤에 도착했으니까."
"아빠랑 같이?"
"아니~ 나 혼자. 현태 포대기 업고, 너 걸리고 해서 다닌 거지."
그 먼 길을 남편도 없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머니 저 이번에는 못 가겠어요.'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사실은... 그 말이 나도 어려웠다. 나도 밀양에 그렇게 다녔다. 딸내미는 친정엄마 닮는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남동생을 포대기에 업고, 다섯 살도 안 된 것을 걸리고 다녔을 그 먼 길을 생각하니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 싶다.
"한 번은 너네 할머니가 이것저것 싸주신 거 이고 지고 간다고 양손에 보따리를 들고 기차를 탔어. 자리 찾아서 옆 칸으로 옮겨 가려고 하는데, 그거 있잖아. 기차 연결하는 통로. 지금은 안전하게 되어있지만 그때는 쇠사슬이 양쪽으로 하나씩 걸쳐져 있었어. 참 위험했지.
문 열고 나가는데 바람이 벼락같이 부는 거야. 그럴 때는 사람도 막 날아가거든. 그래서 내가 너한테 그랬지."
"그러고 한 발 내디뎠는데 맞은편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거야. 맞바람이 불어서 내 몸이 휘청했어. 순간적으로 네 생각이 나는 거야.
부르면서 오른쪽을 보니 네가 없는 거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미칼라가 떨어졌나 보다!'
너 찾는다고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았지. 그래도 네가 없어서 나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철커덩~ 철커덩~ 달리는 기차에서 엄마의 가슴도 철커덩 거렸을 것이다. 이깟 콩이 뭐라고. 풀때기가 뭐라고 애를 놓치나....
엄마는 나에게 포대기 꽉 잡고 있으라 했으니 나는 꽉 잡고 있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어른 말 잘 듣는 아이.
엄마가 오른쪽으로 도니 나도 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꽉 잡고 있던 포대기를 따라갈 수밖에....
나는 엄마보다 한 발짝 뒤에서 오른쪽으로 돌았으니 엄마가 나를 보지 못한 건 당연하다.
엄마도 돌고~ 나도 돌고~
"너 보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쭉 났다니까!"
엄마는 그 뒤부터 짐이라고는 달랑 기저귀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셨다고 한다.
미칼라 손 꼭 잡고 다니셨다는 전설이 아직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