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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소녀

다락방 - 1

by 미칼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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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나혜석이 그렇게 생각나더라."

결혼을 하고 부침이 많았던 그 생활,,, 여자의 인생이 참 쉽지 않은 걸 보면서 나혜석을 떠올렸다는 회원님의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와 공감의 끄덕임이었다. 나는 나혜석을 떠올리지 못했었지만 언니가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정말 그랬다. 남편이 아닌 남자와 사랑에 돌입하는 그 자세가 참...



"패트릭은 결혼에 대해 어쩌면 진심이었어. 오히려 로즈가 현실적인 고민을 했던 거지."

패트릭의 마음을 진심이라고 표현한다면... 그렇다.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패트릭은 변심했다. 진심과 변심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은 없었다. 어느 드라마에선가 나왔던 대사가 생각났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지만 변하는 게 사랑이고, 마음이리라.

부부의 삶... 남편과 나의 사랑을 예로 들자면 결혼할 때만큼 뜨겁진 않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가끔 서로를 원하고 또는 밀어내기도 한다. 헤어질 마음은 없다. 신뢰와 믿음이 사라진다면 헤어지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신뢰와 믿음에 대한 표현 방법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로즈의 새엄마 플로는 독특한 방법으로 로즈의 생부를 움직였으며 그들만의 사랑을 쌓았다. 나는 그것이 어린 로즈에게 너무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읽었지만 다른 회원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결혼, 출산, 외도, 이혼, 독립하는 과정에서 꿋꿋하게 로즈를 서게 했던 이 질문은 바로 플로가 했던 질문이다. 생부는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늘 이 질문을 로즈에게 던졌던 것 같다.


"우리들의 힘찬 여성들에게 감사하게 되는 책이었어. 그리고 인생 60 금방이야. 로즈를 읽고 나서 생각했어. 앞으로도 멋있고 주체적으로 살 거라고!"

나는 아직 60은커녕 50도 되지 않았다. 사실은... 50을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60이 금방 온다니 나는 마음이 더 바빠졌다. 뭐든 시작하는 게 먼저라는 회원님의 조언에 따라 바쁜 마음의 뒤를 따라 몸을 움직여보고자 한다.


"앨리스 먼로의 글 읽으면서 나는 박완서가 생각나더라. 전혀 뒤처짐이 없는 우리 박완서 선생님이 아주 많이 생각났어. 앨리스 먼로는 노벨상을 받았잖아. 그렇다면 박완서가 먼저 받았어야지. 문장이나 느낌이 정말 유사한 걸로 봐서 박완서 작품이 훨씬 낫다고 봐, 나는."

한강 작가의 짝꿍 번역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느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깜짝 놀랐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책은 그만큼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했었다. 그 외국 여자가 우리 독서모임에 와서 한 번 보셨어야 하는데... 이런 열정적인 토론을 하는 분들을 보셨더라면 그런 인터뷰는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로즈가 자꾸만 좌절을 해서 좀 짜증이 났어요. 하지만 스스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를 넘어선다!'라는 태도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어요. 너무 비판적이기보다 수용하고 만족하는 걸 보고 안심도 되었고요. 내 인생에 있어서 선택은 내가 한다는 의도가 특히 그랬어요. 특히 결론을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독자에게 그냥 맡기는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나는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로즈의 열린 결말에 대해 특별한 감상을 내놓지 못했다. 나의 인생은 내가 이끌고 간다는 주체적인 문장들을 내가 놓친 걸 보니 아직 난 독서력이 달리나 보다. 사람들이 정해 놓은 규정 속의 로즈가 아닌 정체성이 확실한 로즈를 우리 토론에서 우뚝 세운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한 토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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