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Back 고백

아이가 같은 책을 자꾸만 읽어달래요...

Go, Back - 6

by 미칼라책방

< 아이가 같은 책을 자꾸만 읽어달래요! : 그럼 자꾸만 읽어주세요! >




아들이 중학생쯤 되면 엄마는 아들의 방에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들어가기가 싫다. 냄새도 낯설고, 정리가 안 된 방은 잔소리의 씨앗이 되기에 그냥 눈을 감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방에 들어갔다가 아들의 책장에서 그림책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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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 세 살 때 보던 그 꿈나라?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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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아직 있었네?

우리 집 1번이 좋아한 책은 주로 공룡, 자동차, 중장비, 기차, 원소,,, 뭐 이런 종류다. 대부분 너무 봐서 찢어져서 재구매 했고 결국 낡아서 버린 책이기도 하다.

'루루의 꿈나라'는 이런 책의 취향이 생기기 전 완전 베이비 때 읽었던 책이다. 아장아장 까꿍이 때 읽어달라고 줄기차게 엄마에게 들고 왔었다.

"엄마!"

"우리 1번이가 루루 보고 싶구나. 이리 와 읽어줄게."

"응응."

"루루가 쌔근쌔근 잠을 자요."

"누누는 꿈똑에서..."

세 살도 안 된 아이가 글을 읽는 줄 알았다. 나는 정말 그때 우리 아이가 천잴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철저한 엄마의 착각이었다. 사실은..... 책을 외운 거였다. 그냥 통째로 그림에 딱딱 맞춰서 글자들을 통으로 다 외워버린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다 읽어내는... 아니 아니 다 외워버린 아이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천재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현타와 종알종알 소리를 내는 앙큼한 입술에 나는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 뒤로도 우리 1번이는 루루를 계속 읽어달라 했다.

가끔 <루루> 말고 <1번> 이름을 넣어서 읽어주기도 했다. '루루의 꿈나라'를 '1번의 꿈나라'로 대체해서 읽어주니 굉장히 좋아했지만 기분에 따라서 '루루로 그냥 읽어'달라는 날도 있었다.

그 뒤로 책의 취향이 고착화되면서 루루는 책장의 구석으로 밀려났었는데... 그랬던 루루가 제일 좋아하는 '세상의 모든 원소 118' 옆에 있었구나.



아이가 어떤 책을 너무 반복해서 읽는다는 고민을 들었다. 감히 고민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히려 '그 아이 천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매번 같은 이야기인 것 같지만 아이에게는 매번 다른 세계가 된다. 같은 그림과 같은 글에서 다른 장면과 다른 뉘앙스를 찾아내는 아이라면 정말 보통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같은 책이라도 열 번? 백 번? 개의치 않고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읽어 줄 때마다 읽을 때마다 아이의 뇌가 반짝거린다 생각하면 어떨까?

짧은 문장의 반복이지만 그 문장을 반복해서 익힌 아이는 조금 더 긴 문장으로 승진하는데 더 수월할 것이고. 승진을 하다 보면 벽돌 책을 읽을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반복독서의 힘.

읽기와 쓰기의 세계로 자동 승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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