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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목수입니다.

목수와 그의 아내 - 1

by 미칼라책방

우리 아빠는 목수입니다.


우리 아빠는 집도 지으시고, 성당도 지으시고, 농사도 지으시고, 산도 깎고, 언덕도 하루 만에 뚝딱 세우는 기술자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내가 살 집은 내 손으로 짓겠다.'라는 평소의 말씀대로 한옥을 지으셨다.

마지막 일이라며 최선을 다하셨고, 그래서인지 이 집을 보면 그냥 아빠를 보는 것 같다.



아빠와 같은 이 집에서 엄마의 역할은 '목수의 아내'이다.

목수의 아내는 목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새벽밥부터 끼니 중간의 참까지 대여섯 번 상을 차린다. 그리고 목수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는 아내가 목수가 되기도 한다. 목수가 돈을 벌어오면 목수의 아내는 세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고, 키운다.

그런 목수의 아내도 곧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친정 부모님.

이제 무얼 이루기보다는 이뤄놓은 것을 담아드리고 싶다.


"아빠! 아빠 이야기 써 볼까?"

"내 얘기?"

"응. 엄마랑 아빠랑 살아온 세월을 이렇게 그냥 흘려보내기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어때?"

"그래...?"

"왜? 별로야?"

"나는 너무 좋지... 그럼 이것 좀 볼래?"


그러면서 아빠가 내민 누런 메모장은 아빠의 기억을 더듬어 놓은 것이었다. 나는 자식으로서 부모의 시간을 안타까워했지만, 아빠는 본인의 시간을 어디엔가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것이 인간의 기록 본능일까?



1969년 도마교리 집을 짓다. 식수 우물 삽으로 파다.(9M)

1973년 우리나라 시골에 전해지는 방법으로 한옥을 3채 짓다.

1974년 11월 7일 결혼

1975년 미카엘라 출생

1977년 울주군 범서면 척과리 척과 교회 건축. 총감독(목재로 트라스 제작). 아들 출생

1980년 막내 출생

1989년 안산시 상록구 대학동 '대학동 성당' 건립. 설계, 감리, 감독.

1990년 ~ 1995년 6년간 여러 성당 및 수녀원, 양로원 등 리모델링

1992 ~ 93년 화성시 정남면 문학리 '루이제 양로원' 신축공사

2005년 ~ 06년 안양시 안양9동 병목안 '수리산 성지 성당'설계, 감리, 감독.

2010년 5월 수리산 성지 입당 미사

2016 ~17년 입북동 집 건축

2018년 '입북동 성당' 신축 건축위원장



아빠의 낡은 수첩에서 나는 지난날의 땀과 웃음과 설움,,, 그리고 아빠의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저녁에 들어오는 아빠에게 냄새가 난다고 말했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미칼라. 이게 너네 아빠가 벌어 오는 돈 냄새야. 너무 좋은 냄새!"


아빠의 수첩을 보니 어렸을 적 맡았던 그 좋은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아빠의 좋은 냄새는 나에게 허락의 의미였다.

목수의 아내도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의 지난날을 담아내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뜸 들이기는 마무리한다.


큰 숨 한 번 쉬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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