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아, 힘내!

영감노트_02

by 미칼라책방

영하 14°C를 기록하는 추위라고 했다. 전국을 휘두르는 동장군 때문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으니 바깥출입을 삼가라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본디 추운 걸 좋아하지 않아 겨울이 그다지 반갑지 않지만 이런 뉴스를 접할 때는 겨울이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자고로 겨울은 추워야 맛인데 아나운서는 겨울을 탓하며 몸조심하라고 하니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다. 그래서 겨울 편을 들어주려고 글을 쓴다. 겨울아, 힘내!


내가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 춥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겨울만 되면 발가락 동상에 시달렸다. 늘 새끼발가락 바깥쪽부터 얼기 시작하며 조금 심한 날은 가운데 발가락까지 동상에 걸린다. 밤새 따뜻한 이불속에서 지낸 발가락은 분홍빛으로 다시 아침을 맞이한다. 녹고 얼고를 반복하다가 겨울 끄트머리에서 발가락에 박힌 얼음도 자취를 감춘다. 그러면 뇌리에서도 동상은 잊힌다. 마치 얼음이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이.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존경한다. 나는 겨울을 떠받드는 편이다. 눈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고, 땅이 얼어붙는 계절에 자연은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럽다. 특히 땅속이 그렇다. 차가운 기온을 견디며 힘을 안으로 집중하는 시기를 지나야만 번듯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씨앗과 뿌리와 열매가 마찬가지다. 생명은 겨울부터 시작된다. 개구리가 뛰어오르기 전에 반드시 뒷다리를 오므리고 움츠리듯이 겨울은 단단해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고요하게 특별한 일 없는 것처럼 춥기만 하니 외유내강의 모습이다. 그래서 겨울은 대단하다.


내가 만약 겨울이라면, 나를 만날 때마다 옷깃을 여미고 마음의 문을 닫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서운할 것 같은데 겨울은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눈도 뿌리고 바람도 날리며 우리를 단련시키는 스승님 같은 모양새로 2월까지 머문다. 어렸을 때 배운 겨울의 삼한사온은 이상 기온 현상으로 규칙을 잃었고, 수능 보는 날은 반드시 춥다던 전설도 깨졌지만 우리의 겨울은 여전하다. '니들이 그래도 나는 굳건하다'라고 하는 것처럼.


여러 이유가 더 있지만 여하튼 겨울은 겨울이다. 나처럼 추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겨울을 제일 좋은 계절이라고 꼽는 이도 있다. 나도 그도 이 겨울이 지나면 새싹과 함께 기지개를 켤 것이다.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웃음으로 인사할 수 있겠지. 겨울 덕분에. 그러니 겨울아, 조금만 더 힘내서 추워지렴.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 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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