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노트_06_연필과 지우개
꿈으로 가득 찬 설레이는 이 가슴에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처음부터 너무 진한 잉크로 사랑을 쓴다면 지우기가 너무너무 어렵잖아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전영록>
사랑하는 마음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러니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정성을 들여 쓸 것인데 그래도 혹시 틀릴까 봐 연필로 쓰기를 조언하는 노래가 떠올랐다. 생각의 흐름이 그렇게 이어진 까닭은 두통이었다. 며칠째 두통을 달고 있다. 밥숟가락을 들다가 한숨을 쉬고, 차 시동을 걸다가 에휴...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이 두통으로 이어진 것이라 타이레놀도 소용이 없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그랬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뇌가 나 자신으로 인식한다고. 예를 들어 엄마, 아이, 배우자 등이 그렇다고 했다. 노래를 들으며 그들에 대한 사랑을 연필로 썼다면 지우개로 빡빡 지워 다시 쓴다면 더 아름다워질까 생각해 보았다. 글쎄, 다시 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 고유의 필적이 있듯, 내 마음 씀씀이도 다시 쓴다 한들 개과천선 하기는 글렀다는 결론에 이르니 두통이 가라앉는 것 같다.
다만, 이왕이면 4B를 집었으면 좋겠다. 굵고 확실하게 내 마음을 전하는 편을 택하고 싶다. 문구점에서 4B 전용 지우개를 세트로 사서 선물해야겠다. 지울 것인지 말 것인지 상대가 선택하는 편이 낫겠다. 꿈으로 가득 찬 셀레이는 이 가슴에 찐~하게 사랑을 써서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