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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Jan 16. 2021


첫 가족여행, 자연농원

목수와 그의 아내 - 17


낯이 익으면서도 어색한 사진을 만났다.




어? 여긴 어디야?


나와 동생들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가족여행을 간다고 나섰던 것 같다. 돋보기를 들고 뒤에 걸려 있는 현수막의 글씨를 보니.... 자그마치 < 자연농원 >이었다.

지금 에버랜드의 옛날 모습이다. 기억이 나려다가 말려다가 정말 가물가물했다. 


언니랑 아빠랑 환상특급 탔잖아. 아빠는 모자 잃어버리고.

막내의 기억력을 끝내줬다. 아빠가 리프트를 탔을 때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모자가 휙 날아가서 리프트 밑에 설치된 안전망에 떨어졌다고 한다. 나는 그 장면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지만 막냇동생은 마치 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묘사를 했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랬었던 것 같다. 

우리는 아빠의 빨간 프라이드를 타고 갔었다. 엄마는 기억을 하는 것 같아 엄마에게 물어봤다.

"우리 가족여행 처음 간 거였지?"

"아아니~~~! 너 팔달산에서 김밥 먹은 거 기억 안 나?"

"아......!!!! 아빠 오토바이 타고 갔었지!!!"

"사느라고 바빴어도 나들이는 종종 갔었어."

"그럼 자연농원이 처음이 아니었네?"

나의 이 질문에 엄마는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추며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미칼라~ 엄마랑 아빠랑 너네들 잘 키우려고 노력 많이 했다."

마치 굉장히 중요한 물건을 건네주시는 것처럼 무겁고 신중한 말투였다. 나는 정말 그렇다는 뜻에서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의 빨간 프라이드는 아직까지도 우리 가족의 드림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소중한 차에 세 아이를 태워 자연농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가는 엄마와 아빠의 기분을 어땠을까. 놀이공원에 대한 설렘도 있었겠지만 자식들 앞세워 좀 더 나은 인생으로 업그레이드 한 기분이었을 것 같다. 상쾌하고 뿌듯하고 날아갈 듯한 그 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돋보기를 대고 발견한 자연농원이라는 글자에서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소환했고,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그날의 조각들을 모으고 있었다. 완성된 그림은 다시 각자의 기억 속으로 자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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