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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Feb 08. 2021

인생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모래성

목수와 그의 아내 - 20



"미칼라~ 여기 앉아 봐."

"아빠~ 뭐 할 거야?"

"아빠가 우리 미칼라 재밌게 해 줄게."

"진짜?"

"우리 미칼라 단단하게 잡아줄게."

견고하지 못한 걸 보고 흔히 '모래성 같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모래성은 정반대다. 아빠가 내 주변에 쌓아 준 모래성은 단단하고 무거웠다. 몸을 꼼짝 못 하는 건 물론이고 아무도 나를 건들지 못했을 정도니까. 게다가 모래는 따뜻하기까지 하다. 따뜻한 무게감은 다시 한번 나의 중심을 자리매김한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이 넘어졌을까? 대강 헤아려 보아도 하나, 둘, 셋,,, 손가락 발가락이 모자라다.  수많은 실패마다 매번 일어서고 회복할 수 있었던 건 모래성 덕분이었다. 슬프고 괴로워서 눈물을 흘릴지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해 보자!" 도전할 수 있었다. 세찬 바람에 널브러졌을 땐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단념할 수 있었다. 재미없이 밋밋하더라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아빠가 쌓아준 믿음의 모래성 덕분이었다.

주변을 평평하게 고르고 골라 한 바가지씩 쌓으면서 탁! 탁! 돋우는 과정은 인생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모래성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든든하게 나를 지탱하고 있었네? 어디선가 넘어져도 또는 포기의 순간에도 믿을만한 구석이 있다는 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좋다. 비빌 수 있는 언덕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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