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그의 아내 - 24
목수와 그의 아내는 2남 1녀를 키우면서 다른 건 몰라도 세 아이 공부는 부족하지 않게 시키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낮이고 밤이고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부모님은 매우 기뻐하셨다. 등록금 내라고 내 손에 쥐여주시는 현금이 낯설고 무서웠다. 그렇게 큰돈을 내고 다니는 학교는 재미있었지만, 학과 공부에는 큰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첫 번째 방학에 나는 부모님에게 학교를 그만둔다고 했다.
"나 학교 그만 다닐래."
"미칼라~ 아직 1년 밖에 안 다녔잖아. 대학교는 4년이나 되는데 겨우 1/4 다닌 거잖아. 조금만 더 다녀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
엄마의 회유로 나의 자퇴는 흐지부지되었다. 그 후 1년에 두 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마다 나는 안방에 들어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고, 그때마다 엄마와 아빠는 만류했다.
"미칼라~ 졸업만 하자. 어렵게 들어간 학굔데 졸업은 해야 되지 않겠니? 졸업만 하고, 그리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 뒤 나는 전혀 다른 전공으로 학사편입도 했고, 대학원도 갔다. 엄마와 아빠는 대학 때 졸업만 하라고 말린 것 이외에는 공부하는 내내 해라 하지 마라 참견 한 번 없으셨다.
"엄마~ 나 대학교 졸업하면서 취직 안 하고 공부 더 한다고 했을 때 왜 안 말렸어?"
"니가 언제 내 말 들었어?"
"그래도 한 번도 뭐라 안 했잖아. 돈도 없었을 텐데."
"그때는 니들 공부는 하고 싶은 데까지 다 대줄라고 결심했었어."
"지금 생각하면 디기 미안한 일인데..."
"지 인생. 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면 일학년 때 자퇴시켜주지 그랬어~?"
"너 졸업만 하면 마음 고쳐먹을 줄 알았지. 그래서 방학 때마다 갖다 붙여 놓고, 갖다 붙여 놓고 했지."
"그렇게 힘들게 갖다 붙여 놨는데 결국 다른 거 공부한다고 해서 속상했겠다."
나중에는 지가 안 맞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싶더라. 그래도 졸업장은 있으니 굶어 죽지는 않겠다 싶었지.
터울도 얼마 나지 않는 삼 남매를 공부시킨다고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마와 아빠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식들 공부는 끝까지 시켜준다는 그 결심에서 나는 그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공부를 그만둬야 했던 우리 아빠. 밤마다 싸리문을 붙잡고 한 달을 우셨다고 한다. 학교 보내달라는 아들의 애원을 들어주지 않으셨던 할아버지가 이 기억에서만큼은 조금 원망스러웠다.
학교가 너무 멀어 자취를 하다가 결국 그만두셨던 우리 엄마. 금요일만 되면 한달음에 집으로 왔다가 자취방으로 돌아갈 일요일이 안 오길 바랬다는 엄마의 말에 근거리 통학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목수와 그의 아내는 배움의 부족함과 답답함을 아이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힘닿는 데까지 공부시키리라 마음먹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