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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Mar 28. 2021

운전수도 없이 굴러가는 차

목수와 그의 아내 - 27

목수와 그의 아내가 키운 삼 남매 중 막내는 엄마 손을 제일 많이 탔다. 잔병치레도 많았고, 성격도 만만하지 않았다. 지금도 막내가 하자고 하는 건 온 식구가 꼼짝없이 붙들려 간다. 그야말로 아무도 못 말리는 형국인지라 엄마는 늘 막내더러 '부러졌으면 부러졌지 구부러지는 법이 없는 아이'라고 하셨다.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 잘 구부러지는 아이였다. 

막내와 나는 다섯 살 터울인데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구직을 했던지라 막내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취직을 했다. 나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하지만 막내는 역시 막내였다. 아빠에게 차를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아빠. 나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차 한 대 사야겠어."

"그래? 도저히 안 되겠어?"

"어. 뭐로 살까?"

"티코 어때?"

아빠! 나 안 낳으려다가 낳았어?


예고 없이 세게 나오는 막내를 두고 아빠는 잠시 고민을 하셨다. 


"그래서? 뭐가 좋겠어?"

"새 차는 조금 부담이 되니까 중고는 어떨까?"

그렇게 해서 막내는 하얀 코란도를 가지고 출퇴근을 했다. 아빠와 엄마는 막내가 운전하는 것에 대해  대견한 마음 반, 불안한 마음 반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원역 로터리에서 버스와 추돌사고가 났다. 까탈스러운 막내가 그 자리에서 쉽사리 해결했을 리가 없었다. 어찌어찌하여 버스 기사가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게 되었다.

"역전 로터리를 막 돌려고 하는데 운전수도 없이 차가 굴러가길래 뭔가 싶어 한참을 쳐다보다가 박았지 뭡니까! 운전수 찾다가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그렇게 됐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따님이 합의를 안 한대요."


운전석이 비었다고 착각하신 이유는 아마도 막내의 작고 아담한 체형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입이 짧았던 터라 살이 붙을 여유가 없던 아이다. 버스 기사와의 통화 내용이 아직도 재미있는지 이야기를 하시면서도 웃는 아빠에게 내가 물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니 어떻게 운전수가 안 보이기까지 할까!"

"버스 기사가 전화를 해서 통사정을 하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차 수리만 하고 끝났지."

"합의는?"


미칼라~ 자식 키우면서 다른 사람한테 너무 야박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다 니들한테 가는 거야. 너도 명심해.


목수와 그의 아내는 그랬다. 이웃을 도우면서 이 도움이 돌고 돌아 내 아이들에게 가기를 원했으며, 배려하면서 이 배려가 어디선가 나의  아이들에게 베풀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있는 것이다. 동생들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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