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Back - 2
많은 엄마들의 고민이다.
"아이들은 발바닥에도 귀가 있어요."
듣는 듯하다가 이내 멀어지는 아이가 고민이라는 질문. 블록을 한다든가, 잠든다든가... 그러면 어쩌냐고.
아이들의 귀는 여기저기 다 있다.
마치 우리 엄마가 나 키울 때 "엄마는 뒤통수에도 눈 있어서 너 나가는 거 다 봤어." 하셨던 것처럼.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의 귀로, 눈으로, 코로, 입으로,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쏘옥 들어간다.
스파이가 포복으로 상대편 모르게 침투에 성공하는 것처럼 엄마의 목소리도 아이의 온몸으로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나의 목소리가 시나브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으로 들어가 함께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놀랍고, 사랑스러웠다.
그런 믿음으로 책을 읽혔다.
아이들이 꼬꼬마 시절.
책을 읽어달라며 품 안으로 쏙 들어왔다. 조금 듣다가 쓰윽 내려가더니 블록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나머지를 읽어 내려가다가... 멈췄다.
블록으로 성을 쌓던 아이는 나를 돌아보며 "그래서?"라고 했다.
"듣고 있었어?"
"응. 계속 읽어 줘."
역시 발바닥에 귀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큰아이는 몰입의 경험이 여러 번 있는 아이다.
기차, 공룡, 이앙기와 컴바인, 도로공사용 중장비, 자격루, 비와 눈. 그리고 구름....
한 가지 주제에 빠지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 푸~욱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맘에 드는 책은 정말 찢어지도록 읽어달라고 했다.
제일 좋아했던 책은 과학동화.
제일 싫어했던 책은 전래동화.
"콩쥐팥쥐가 왜 싫어?"
"맨날 행복하게 살았다잖아. 그래서 싫어. 저거 다 싫어."
여기서 '저거'라 함은 명작과 전래동화였다.
둘째는 큰아이와 정반대였다.
자연관찰 너무나 싫어하고, 허구한 날 전래랑 명작을 들고 왔다.
"고래 책 읽을까?"
"아니."
"그럼 뭐 읽을까?"
"흥부놀부"
둘째는 일명 '저거'를 너무나 좋아해서 내가 몰래 버렸다....
6학년이 되어서도 책을 읽어 달라고 한 전설적인 아이...
200쪽이 넘는 걸 읽느라고 나는 득음을 할 뻔했다.
둘째는 엄마와 그냥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책을 들고 온다.
그 마음을 알기에 읽어줬다.
지금은 책 읽어 준다고 하면 코웃음 친다. ㅋㅋ
막내는 판타지를 좋아했다.
마녀, 마술, 마법사, Winnie, 산타클로스,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지금도 기승전결 확실하면서 비현실적 캐릭터가 등장하면 합격이다.
가끔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누구보다 논리적이고, 명확한 아이인데 환상을 추구하는 걸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지금은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따로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막내라서 오빠들만큼 읽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
하지만 이건 엄마의 마음일 뿐.
정작 본인은 자기가 엄마랑 제일 많이 있었다고 뽐낸다.
아이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재미있는 글과 좋은 그림을 엄마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엄마를, 엄마에게는 아이를 알게 하는 책 읽기.
나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고, 이제 다시 안 올 것이라서 매우 아쉽다.
조금 더 읽어줄 걸.
아쉬운 마음에 아들 딸 들으라고 책을 크게 소리 내어 읽어본다.
"엄마 뭐해?"
"엄마 방해되는데... 조금만 작게 해 줘."
"엄마 심심해?"
이렇게 아이들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고, 목소리 한 번 더 듣는다.
나는 애들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