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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라책방 Dec 02. 2021

치즈만 먹었다 하면 콧구멍이 아픈 아이

Go, Back - 21


"엄마! 코! 코!"

"응? 코? 코 아파?"

아이가 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무언가를 호소하길래 아이의 코를 살폈다. 그러고 보니 콧구멍이 조금 빨간 것 같다. 병원에 가야 하나...? 별일 없었는데 콧구멍이 갑자기 왜 빨간 걸까?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고 아이의 콧구멍에 호~~~를 해 주었다.

"호~~~ 호~~~ 괜찮아?"

"응!"

그리곤 한참을 놀다가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 간식을 찾길래 치즈를 줬다. 작게 잘라주지 않아도,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통째로 주어도 잘 먹을 만큼 큰 모습을 보며 나는 뿌듯했다.

그. 런. 데.


아까 콧구멍이 아프다고 했던 아이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그 원인을 알아냈다.

헉!

치즈 조각을 입안에 배달하는 손가락이 콧구멍을 계속 쑤셨던 것이다! 아이고...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아이는 엄마가 사진을 찍는지도 모를 만큼, 콧구멍이 빨개질 만큼 집중해서 치즈를 먹었다.

반짝반짝 잘 웃는 둘째는 먹는 것도 가리지 않았다. 그래서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러 갈 때도 큰 걱정은 없었다. 잘 먹고 잘 놀으라는 인사가 다였다. 어느 날 퇴근 후 아이를 씻기다가 깜짝 놀랐다. 배가 너무 볼록해서...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얘 배가 터질 것 같아."

"아이고! 우짜냐!"

"지금 병원 가야겠지?"

"아니~ 내가 아까 감자를 좀 먹.. 였.. 는.. 데.."

"얼마나?"

"그만 먹이려고 했는데 더 달라고 하길래..."


할머니가 주신 감자가 너무 맛있었던 아이는 배가 뽈록해질 만큼 먹었던 것이다. 물론 기분은 최고인 상태였다. 맛있게 잘 먹는 아이는 그만큼 많이 웃는다. 배가 부르면 너그러워지는 원리일 것이다. 무언가 고민스러울 때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지금 모카 생크림빵을 두 덩이나 먹고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다. 너그러운 상태다. 오늘 나는 어떤 요청이든 들어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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