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열이 많이 필요한 사람

02 - 겨울 생각

by 미칼라책방

겨울에 달리기를 한다면 준비운동을 다른 계절보다 더 해야 한다. 온몸의 근육을 살살 당겨주며 열을 올려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겨울에는 예열을 좀 더 해야지만 엔진을 비롯한 모든 부품들이 달그락달그락 잘 돌아간다. 나도 예외 없다.

특히 나는 그중에서도 예열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사람 자체가 느려진다. 0.8배속 정도로 움직이게 된다. 미끄덩 넘어지고, 어디서 부딪혔는지 모르는 멍도 많아지고, 뇌를 구성하는 뉴런들도 느으릿 느으릿 반응하는 겨울을 잘 보내는 방법은 예열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런 엄마에 비해 눈치 빠르고 행동은 더 빠른 아이들은 엄마의 예열 시간을 기다리다가 먼저 튀어나가기 일쑤다. 아이들을 쫓으며 허둥대다가 외투를 깜빡하고 나간 날이었다. '너네들이라도 잘 입어서 다행이다.'라는 위안과 함께 다시 현관으로 들어서기 전 아이들의 모습을 찰칵 찍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다시 들어가든지 말든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뽀드득거리며 발밑에서 눈이 반겨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계절 중 겨울은 앞으로 다가올 봄, 여름, 가을에 대한 예열을 하는 계절이다. 겉에서 보기엔 한껏 움츠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나를 꼭꼭 다지고 다져 봄에 움틀 새싹을 마련하고, 새싹을 잘 자라게 할 영양분도 붙잡아 두고, 결실은 얼마나 맺을지 계획하니까. 제일 희망적인 계절이다. 희망을 쌓고 쌓으며 주~우~운~비~~ 하고 있는 겨울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