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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청첩장 어떻게 하세요?

13 [KB라이프생명 : 나름다운 청첩장] 편

by 그레봄 김석용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 자리로 쭈뼜쭈뼛 다가오는 후배들이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둘 중 하나이다.

퇴사 인사를 하거나, 청첩장을 주거나.


물론 청첩장이 훨씬 반갑다.

광고회사답게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에,

정성스럽고 개성 있는 초대의 글이 적혀 있다.

예비부부의 캐릭터가 물씬 묻어난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이 지난 월요일이면 고민스럽다.

지난 청첩장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지?

애써서 준비한 신랑신부의 이름도 있고,

정성스럽게 내 이름까지 적어준 청첩장을

휴지통에 툭 던져버리면 왠지 안 될 거 같다.

당사자가 아닌 후배들이 봐도 안 될 거 같다.


그래서 나의 처리방법은 잘게 찢어버리는 거였다.

먼저, 청첩장 찢는 소리도 안 들리도록 천천히 살살...

특히, 이름이 안 보이도록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끝으로, 글자 안 보이게 휴지통에 살포시 놓아두기.


차츰 가까운 후배들에게는 e-청첩장을 요청하게 된다.

"우리 사이에 뭐..." 이런 친한 척을 하면서...

실제적으로도 그게 편하고 효율적이다.

일정 추가, 식장 위치, 내비게이션에 주소 복사 등...

신랑신부의 웨딩 사진을 꽤 재미있게 볼 때도 많다.


물론, 요즘 결혼하는 신랑신부들이 그걸 모르겠나.

e-청첩장도 다 하고 있지만,

예의상 종이 청첩장을 안 할 수가 없으니까.

예의상 가깝지 않은 분들에게도 드려야 할 테니까.

예의상 부모님과 그 지인들에게 결례가 될 테니까.

그러니까 종이와 디지털을 억지로 병행하는 거다.

덜 친한 사람, 모르는 사람, 예비용까지 늘어나는 거다.

그게 다 돈이고, 시간이고, 낭비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나라의 해묵은 청첩장 고민이다.

안 할 수는 없나, 생각해 본 신랑신부는 많아도,

사회 분위기 탓에 안 할 수 없었던 종이 청첩장 문화.


이제 청첩장 문화도 바뀔 때가 된 거 같다.

축의금 안 받겠다는 선언한 결혼식,

주례 없이 하는 스몰웨딩 결혼식,

심지어 죽기 전에 하겠다는 장례식도 생기는 것처럼

청첩장도 어느새 문제제기와 공감이 높다.

게다가 대중적인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가

TV광고를 통해 전달되기 시작했으니...


[KB라이프생명 : 나름다운 청첩장] 편

광고주 : KB라이프생명
만든 이 : 차이/ 임성용 CD/ 이연호 외 AE/
이호재 감독/ 모델 윤여정


청첩장 문화에 물꼬를 튼 새로운 대안


"꽃이 자라는 청첩장"이란다.

아하.. 씨앗 엽서...


종이청첩장을 말 그대로 묻어버리는구나 ㅋㅋㅋ

그러면 싹이 돋고, 꽃이 피기도 하는...

이거 아이디어다.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다.


물론, 재생종이에 씨앗엽서로 쉽게 만들어줄 업체,

신랑신부 개성을 드러낼 다양한 디자인과 고급감이

잘 받쳐줘야 더 많이 퍼질 수 있겠지만,

새로운 대안이 생긴 건 참 반가운 일이다.

청첩장 문화에 물꼬를 튼 셈이니까.


결혼한다며. 축하한다.
근데 청첩장은 미리 사양할게.
예쁘긴 한데 버리기가 참 애매하더라고.

그래서 KB 라이프가 시작합니다.
나름답게 빛나는 소프트라이프.

꽃이 자라는 청첩장을 만들면 어떨까요?
가장 아름다운 소식을 알리는 청첩장이.
지구에게 아름다운 나눔이 될 수 있도록.

이제 청첩장을 이렇게 화분에 심으면 되는 거지?
세상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렇게 좋은 청첩장이 어디 있니?

라이프를 나름답게. KB라이프.

[자막] 나름다운 청첩장은 김태은 학생이
재생종이 씨앗엽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KB라이프생명이 왜 이런 광고를?


그런데 이 광고는 청첩장 개선 프로젝트가 아니다.

캠페인을 제안한 광고주도 KB라이프생명이다.

왜 보험사가 청첩장을 갖고 이런 이야기를?


"가장 아름다운 소식을 알리는 청첩장이

지구에게 아름다운 나눔이 될 수 있도록"


최근 기업들이 알리고 싶어 하는 ESG 캠페인이다.

소비자들의 시대적 요구이고,

기업들이 사회공동체로서 응답해야 할 숙제. ESG.


그동안 기업들은 ESG로 어떻게 광고했을까?.

ESG가 중요하니까 "우리가 함께 합니다"식,

ESG 이벤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식,

우리는 ESG에 완전 신경 많이 씁니다 식.


그런 뻔한 광고와는 달라서 참신하다.

공감할만한 실생활 속 문제를 파악하고,

그 솔루션 방식으로 ESG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가 말하는 ‘나름답다’를 의미 있게 만든다.


ESG를 광고하는 방식도 참신하다.

확실한 실체가 있어서 더욱 바람직하다.

무게 잡거나 의미 부여에 집중하기보다

실제 솔루션 과정을 모델이 유쾌하게 풀어낸다.

자칫 설명서 같이 될 수 있었던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화법과 구조가

더 세련되게 보인다.


하나 더, 아이디어를 실제 학생들에게 받고,

실제 학생들을 출연시키는 진정성까지 보여준다.

이건 "E(Enviorment, 환경)"뿐만 아니라

"S(Social, 사회교류)"까지 잡는 셈.


모두가 동일한 가치에 집중할 때,

나도 그런 생각입니다 라는 공감도 중요하지만,

작지만 확실한 실천을 실제로 하고 있을 때,

한층 더 신뢰가 가는 법. 급 달라보인다.


그래서, 요즘 브랜딩은

"주장"이 아니라, "증명"이니까.

브랜드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는 예전 방식,

이제 "그래서 이런 활동을 합니다" 할 때 팬이 생긴다.

ESG 같은 공익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즐거움, 행복, 세련됨, 힙합을 내세우는 브랜드라도,

결국 핵심은 기업의 실천과 진정성이다.



"꽃이 피는 청첩장"을 올봄에 받게 된다면 어떨까?

잘게 찢어버릴 수 있을까?

화분에 잘 심을 수 있을까?

어쩌면 더 버리기 어려운 청첩장이 되지 않을까?


나의 답은 "안 버리고 집에 가져온다"이다.

일단 딸에게 이런 청첩장이 있노라 알려주고,

같이 심어볼 것이다. 정확히는 딸에게 심어보자고.

이건 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생각을 딸과 나누는 게 중요한 거 같으니까.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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