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를 압도한 모델? 있다!
14 [쿠첸 : '브레인'For best grains] 편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모든 대화의 끝은 "건강"이 되는 느낌이다.
몸 건강이든, 마음 건강이든 "건강" 범주에서.
특히 식사를 맛있게 먹어놓고도 끝에는
"건강하려면 다이어트해야 돼",
"채식을 해야 돼", "어떤 음식이 그렇게 좋대",
"탄수화물을 줄여야 돼", "흰쌀밥 안 된대" 등
언제나 한국인에게 밥은 필수였는데,
이제는 피해야 할 음식처럼 되다 보니,
밥도, 쌀도 소비가 줄고,
밥솥도 관심이 없어졌다.
한 때, 밥솥 광고가 TV에 자주 보였었다.
밥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중요한데,
밥솥도 얼마나 중요했겠나.
"쿠쿠 하세요~" 징글이 아직도 귀에 익고,
많은 밥솥들이 윤기가 흐르고
맛있고 건강한 밥을 보여주며
이런 기능 저런 기능을 자랑했었다.
요즘으로 치면, 에어컨이, 공기청정기가,
로봇청소기가, 세탁건조기가 기능을 자랑하듯.
"아, 밥솥광고가 그동안 안 보였구나!"
이런 생각도 이 광고를 보고 나서였다.
[쿠첸 : '브레인'For best grains] 편
광고주 : 쿠첸
만든 이 : 제일기획/ 이슬기 CD/ 남일우 외 AE/
이현행 감독/ 모델 : 김연아
느닷없이 밥솥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티저
그동안 관심 밖에 있던 밥솥이 등장했다.
"생각하는 밥솥"이고, 이름은 "브레인"이란다.
근데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티저(Taeser)이기 때문이다.
티저(Teaser): Tease(장난으로 놀리다)+~er
예고 광고의 일종. 구체적 내용을 본편에 숨겨두고
힌트 정도만 주며 간질간질 궁금하게 만드는 형태.
관심이 없는 제품을 느닷없이 광고하는 것보다,
주목을 끌만한 것들을 미리 광고하여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인데,
그 목표를 120% 달성하고 있다.
궁금하잖아, 김연아가 쓴다는데,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생각하는 밥솥이라니?
지금 우리 집 밥솥 브랜드가 뭐였지?
이야, 이제 밥솥도 뭔가
스마트하고, AI 스러운 새로운 변신을 하는구나!
전체적으로 궁금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쿠첸의 이름은 브레인.
브레인 생각하는 밥솥이다.
브레인 자신의 주인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여: 어 쿠첸 왔네?
쿠첸: 헐 김연아다.
쿠첸 브레인.
김연아를 압도해 버리는 모델이 있다니...
획기적 제품 기능이 없이도
이렇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힘은 뭘까?
이 귀여운 캐릭터의 힘이라고 본다.
의인화 설정이 돋보인다.
위 카피 내용을 모델이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제품 화면 위로 내레이션이 나온다고 생각해 보자.
이게 재미있을까? 설명문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큰 주목이 필요해서 무려 김연아를 기용했는데,
무슨 똥배짱인지 그 대단한 김연아를
단 한 컷 나오는 조연으로만 쓰고 있다.
김연아의 힘만으로 생각할 수 없다.
근데, 요거 요거 아주 재미있다.
카피는 설명문 같고, 화면은 온통 밥솥만 있는데,
시선을 거둘 수가 없고, 어느새 배시시 웃고 있다.
그 캐릭터의 표정, 그 목소리가 너무 귀엽다.
우리 딸의 최애 광고가 되었다.
이 힘이다.
늘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고 싶을 때,
내용을 달리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화자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게다가 이렇게 디테일한 연출력이라면 더더욱 세다.
와이프가 탄수화물 줄여라, 흰쌀밥만 먹지 말고...
이런 이야기는 다 아는 잔소리라서 안 들린다.
와이프가 밥솥 바꿔야겠어라고 이야기했다면
지금 밥솥이 뭐 중요하겠나, 관심 없어서 안 들린다.
뻔한 이야기라서 안 들릴 때에는
가끔 이렇게 화자를 바꿔야 한다.
"아빠!"
"아빠, 금연하고, 술 좀 줄이고"
"아빠, 흰쌀밥만 먹으면 안 된대"
"아빠, 우리도 집 이사 가면 안 돼?"
이건 와이프보다 딸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ㅋㅋㅋ.
화자를 바꾸면 더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