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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May 17. 2024

나이들수록 변신은 세련되게!

03 [롯데 프리미엄 가나, 디저트에 깊이를 더하다] 편

약 20년 전, 광고회사 신입사원 시절, 

한 유명 브랜드의 컨설팅 결과 보고회에 참석했다.  

담당 컨설턴트의 결론은, "소비자 조사결과, 

오랜 전통이 가장 강력한 강점이지만, 

새롭게 느껴지지 않다는 약점이 있어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니 도대체 이게 뭔 소리야? 어쩌란 말이야? 

신입사원이라서인지 의구심과 반발심부터 들었다.


모순으로 들리지 않는가

전통이 강점, 새로움이 약점이라는 말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가 있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도 없고... 


당시 그 장수 브랜드가 롯데 가나 초콜릿이었다. 

20년 전에도 전통을 자랑하던 브랜드였으니 

지금은 어떻겠는가. 전통도 이런 전통이 없다. 


사실 장수 브랜드라는 것은 세상 복 받은 거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장수한 브랜드 없고,

앞으로도 가만히 더 장수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래서 장수브랜드의 고민은 늘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동시대의 브랜드로 함께 호흡할 것인가?

그러니 컨설턴트의 소비자 조사도 받는 것일 테다.


고민의 결과로, 기능을 바꾸기도 하고, 

패키지를 바꾸거나, 확장 제품을 내기도 하고, 

광고상의 강조점이나 타깃이 바뀌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그 사이에 회사가 바뀌기도 한다. 


늘 새로운 모습으로 있고자 하는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으로 빛을 발할 때도 있고, 

원래 제품의 모습을 더 그립게 만들 때도 있다.   

이번 경우는 어떠실지... 


03 [롯데 가나, 디저트에 깊이를 더하다] 편

광고주: 롯데웰푸드 
만든 이 : 대홍기획/ 조수연 CD/ 김정환 외 AE/
               박인덕 감독/ 모델: 박형섭


제과의 영역을 벗어나, 

이제 디지트로 가고 싶은 가나


가나의 이번 변화의 폭은 제법 크다.  

몇 년째 시도 중인 변화다. 


바로 '제과'에서 '디지트'로 옮기는 것. 

뭐가 다르냐고? 

제품으로는 똑같은 초콜릿으로 보이겠지만, 

사람들 머릿속에 '제과' 즉, 간식 주전부리 영역과

'디지트', 즉 식후 즐길 거리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간식 뭐 먹을래? 편의점 갈 건데..."

이럴 때 생각나는 브랜드가 될 것이냐? 

"밥 잘 먹었다, 디지트 뭐 먹을래?..."

이럴 때 때 생각나는 브랜드가 될 것이냐? 

제과 속에서는 껌, 캔디, 과자, 빙과와 싸워야 되지만, 

디지트 속에서는 커피, 베이커리, 빙수와 싸워야 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카테고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결정짓고자 하는, 

기본 중에 기본인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 

제과에서 디저트의 영역을 옮기려고 하는 것이니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 CJ 쁘띠첼이 단순한 젤리를 넘어서 

디지트 브랜드가 되겠노라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제품 다변화를 꾀한 적도 있다고 기억한다. 

이런 변화는 폭이 꽤 커서, 위험부담이 크다.

한번 시작하면 시간도, 노력도, 힘도 많이 든다. 


그래서, 영상도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영상톤을 무겁게 누르는 색감 연출이 두드러지고, 

BGM, 내레이션, 화면속도 등 전체적으로 느리고, 

영문 필기체 자막과 단어 하나하나까지...

모두 고급감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리미엄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방식이어서 

이해하기에는 쉽고 무난하다. 


리얼 카카오의 깊고 진한 임팩트.
생크림의 부드러운 디테일.
골든 블렌딩에 풍부한 퍼포먼스.

가나. 디저트에 깊이를 더하다.
프리미엄 가나.


하지만, 아직 과거의 향기가... 

디저트 시장의 룰에 맞는 파격이 필요할 듯... 


하지만, 아직 옛 가나의 향기가 남아 있어 보인다. 

제과와 초콜릿의 기능적 장점을 표현하던 관습이 

예전처럼 남아있다. 초콜릿 시장에 미련이 남은 듯...


시장 내 카테고리를 바꾸려는 변화에는 

해당 "시장의 룰(Rule)" 파악이 중요한 거 같다. 

제과 시장의 룰이 싸고, 편하고, 쉽게 먹는 것이라면, 

디지트 시장의 룰은 그게 아니지 않을까? 

고급 디저트는 웬만한 식사비와 맞먹을 정도인데, 

가나가 그들과 고급감과 '깊이'로 싸울 것인지, 

아니면 신입의 차별적 경쟁력을 보여줄 것인지...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는 

새로운 룰에 맞는 새로운 경쟁력을 보여줘야 하고, 

기존의 격을 파하는, '파격'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우리도 어떤 자리냐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최고참에 속하는 모임 속의 나와, 

막내급에 속하는 모임 속의 내가 다르듯.

본업에서의 나와, 부업에서의 내가 다르듯. 


그래서 자리를 옮기겠다,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하겠다 

마음먹으면 "그 전과 달라지겠다"가 기본이지만,

단순히 과거의 나와 다른 모습에 그쳐서는 안 되고, 

바뀔 자리에 먹히는 "시장의 룰(Rule)"을 알고 

그 룰에서의 파격을 시도해야 세련된 변신이 된다. 

옆 팀 과장이 울팀 부장으로 온다면 

부장급 경쟁력을 갖춰와야 새롭고 세련되지, 

옆 팀 과장 모습에서 나아진다는 정도로는 

'좀 더 나은 과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브랜드의 리포지셔닝에서 시작해서 

일상의 잔소리까지 들어온 듯 하지만, 

변화는 필요하다 그래야 장수한다. 

그래서 장수 브랜드의 변신은 무죄!

하지만 세련된 변화여야 세련되게 늙는다.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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