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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May 15. 2024

가족은 건드리지 맙시다!

02 [넥슨 서든어택 : 엄마, 아빠 미안해] 편

"아 거 가족은 건드리지 맙시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서로 폭로전을 벌이다가

문득문득 나오는 말. 웃음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지만, 

가족들을 웃음거리로 끼어들이지는 말자는 말이다. 


"마피아도 가족은, 아이와 부인은 안 건드린다!"

지난 총선기간 중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의

어처구니없는 이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그 일과 관계없이 예전부터 회자되었던 말이다. 

마피아 범죄 집단에서도, 정치 공적 영역에서도, 

가족을 끼어들이지는 말자는 말이다. 

(총선 때 정치적 해석은 별개로 하기로 하고...)


"아빠, 우리 반에 한 명은, 친구들이 뭐라고 하면 

'그거 우리 엄마가 해준 건데, 네가 뭐라 그러냐?"

이러면서 패드립한 것처럼 몰아가서 짜증 나"

초등학생 딸 또래들도 가족을 건드리는 것은 금기다. 


여기서 나오는 한 단어, 패드립. 

아마도 "패륜+애드리브"의 줄임말로, 

가족을 대상으로 윤리에 어긋난 모욕적인 발언. 


초등학생도 알고, TV에도 나오고, 

사적 공적인 영역을 망라하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계속 생기니까 '패드립'이란 말도 생긴 듯. 

그 사람을 상처를 주기 위한 말을 

고르고 고르려는 고약한 심보가 

그 사람의 가장 아플 부분이라 생각하니까 

건드리는 아주 질이 안 좋은 말 공격이 아닐까. 


이 망할 패드립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패드립이 난무하는 곳 중 하나가 게임 메신저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아예 모르는 편에 가까워서, 

게임 중 패드립은 뉴스나 캡처화면 등으로 접했다. 

게임에 몰입하고 승패에 심취한, 흥분 상태에서 

상대 게이머에게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려다 보니, 

더 자극적이고 더 공격적인 말을 고르고 고르는 듯. 


게다가 익명 뒤에 숨어서 마구 뿜어내는 바람에 

게이머들조차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그 패드립, 

아마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100% 일 것이다. 

하지만 이거 진짜 없앨 수 있을까? 누가 없애냐? 

어떻게 없애냐?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타이밍에....


02 [넥슨 서든어택 : 엄마, 아빠 미안해] 편

만든 이 : 이노션 / 임현철 CD/ 홍세훈 외 AE/
               박성훈 감독/ 모델 : 김아영 김원훈 

아무도 못 달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

용감한 문제제기에 박수를...  


영상 구조는, 게임을 하다 흥분하고, 패드립을 던진다. 

그리고는 급 현타. 엄마아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그때 건네는 대안 "피지컬로 답하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 브랜드의 등장, 

"이 캠페인은 서든어택이 혼자 하고 있습니다"


여: 아놔 진짜 게임 더럽게 못하네.
남: 아오 게임 발로 하나.

여 NA: 너희 엄마 MBTI 검사하려고 병원 가심.
혼자 있을 때 슬립백 연습하심.

엄마. 아빠. 미안해.

우리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말에.
피지컬로 답하는 건 어떨까요?

여: 너 동체시력이 매우 건강하구나?
남: 너야말로 끌어치기가 AI였어.

이 캠페인은 서든어택이 혼자 하고 있습니다.
SUDDEN ATTACK.


게임의 잘못된 행태 중 악플, ‘패드립’을 콕 집어서 

광고의 소재이자 주제로 용기 있게 꺼내 들었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해 보겠다! 


보통 업계의 선두 주자들이 

업계 공통의 이슈를 사용자들에게 먼저 제기함으로써, 

업계 리더쉽, 선도자의 이미지를 갖고자 하는 전략. 

이번처럼, 업계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자임하며, 

모두가 공감하지만 누구도 손대기 어려운, 

꼭 필요했던 문제를 꺼내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어떻게 다룰지...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앞서 카피 구조를 일일이 설명한 이유는 

카피만으로는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흥분한 게이머를 현실처럼 보여주기도 힘들고, 

패드립의 예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패드립’ 예시들도 순화시키고, 

‘안부를 묻는’이라고 돌려 말하다 보니, 이해가 어렵다. 

악행에 대한 공분이 떨어지니, 이후 동력도 떨어진다. 


 ‘피지컬로 답하면 어떨까요?’라는 제안도 애매하다.

"오, 좋은 생각인데..." 하기보다 "엥? 이게 뭐지?" 싶다.  


아마도 "패드립하지 말자"라고 정색하고 이야기하면,  

사용자들에게 꼰대스러울까 싶어서, 

거부감 없이 먹힐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찾다 찾다가 

유머로 표현하기로 한 듯하다. 개그맨 캐스팅까지... 

제작진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진심 진짜 고생들 하셨다. 


큰 난제를 건드린 것 치고는 솔루션이 난망...  


용감한 문제제기와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광고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접근한 게 아닐까"라는 

안타까움이 너무나 짙게 드리운다.


광고는,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 인식 문제가 전공이다.  

업계나 사회 공통의 문제에 브랜드 광고는 비전문가다. 

물론 광고가 나선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공익, 금연, 사회제안, 극단적으로는 전쟁 시 광고 등.


하지만, 브랜드 하나, 광고 한 편으로는 무리다. 

그래서 사회적 공감대와 공공의 참여, 

즉 무브먼트(Movement)로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 

방송사 등 언론사와 광고 홍보를 함께 하거나, 

공공기관, 시민단체와 함께 실천을 병행하거나...

사회적 어젠다는 우군을 만들고 넓혀 

사이즈를 키워야 유리하다. 


광고로 접근할 경우에도, 

사회 현상을, 사람 행태를 보고 

모든 걸 한꺼번에 바꾸자! 하는 건 순진할 수 있다.  

더 좁혀야 한다. 

그 안에 인사이트 하나만 집어서 

광고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 하나로 좁혀야 유리하다. 

이번에는 경각심을 줘야겠다, 

그러고는 대안을 줘야겠다 

이번에는 대안의 선한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 

이제는 이 대안이 대세라는 확신을 줘야겠다 등...


오래 묵혀두었던, 아마 인류 역사와 함께 했을 

이 패드립이라는 거대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실타래를 풀듯 풀었어야 하지 않을까. 

광고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선의가 모두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선도자에게 

박수치는 일에 인색하고 싶지는 않다. 


광고에 대한 아쉬움이 더 길었다는 것은,  

이런 아쉬움을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꼭 필요한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문제의 공론화에 

광고와 넥슨이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노고를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이 캠페인을 지속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광고 없어도 

"아 거 가족들은 건드리지 맙시다!"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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