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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n 03. 2024

비유의 힘이 만든 '약 광고'

10 [에스엘바이오텍 : 뉴트리코어 X Dr 블루션] 편

"야, 네가 어디서 약을 팔아? 약 팔지 마!"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이 말은 대부분 부정적 뉘앙스가 짙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온 데에는

약을 파는 제약 영업의 오랜 역사에 기인한다.


그러다보니 제약 광고 역시 역사가 깊다.

그래서 제약 광고 중에는 히트 광고도 많고,

그와 관련된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많다.


제약회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통증엔 이 약, "00엔 000!" 이라는 것이다.

두통, 치통, 생리통엔? 000!

무릎 관절엔? 000!

이 질문에 답이 떠오르게 만들기,

떠오르면 그 회사는 성공!


그래서 자주 쓰이는 것이 Song이다.

"간 때문이야~ 피곤은 간 때문이야~" 노래처럼.

'라쿠카라차'라는 노래를 모티브로 썼으나,

동요나 민요는 그대로 쓸 수는 없어서

멜로디를 살짝 바꿔고 가사를 붙였다고 한다.  

또 제약광고 심의상 "피곤은 간 때문"라는 표현은

직접적인 원인-결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 "피곤한 간 때문이야"로 수정했다고 한다.


또 자주 쓰이는 것 중 하나는 직접적 권유,

즉, 약의 효능효과를 체험해보라고 하는 키카피이다.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를 경험해보세요"처럼.

약 복용을 직접적으로 권하면 안되는 게 심의인데,

그 경계선에 있기 때문에 심의의 실수라고 불릴 정도.

역시나 대히트를 쳤기 때문에 유명해진 사례이고,

최고위층이 고객들에게 반말은 안 좋지 않냐? 하여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로 바뀌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제약심의를 피하기 위해

온라인 바이럴을 통한 키워드를 만들기도 한다.  

'대치동 비타민'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학원과 수험생들이 많은 대치동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수험생 고도의 집중력 향상 이미지가 되었다.

일부러 만들어서 뿌려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약광고는 광고답게 인식 해결에도 나서야 하지만,

까다로운 제약심의의 한계와도 싸워야 한다.

제약심의는 광고가 과도하게 효능효과를 강조해서

약의 오남용을 부추기는 걸 막아야 해서 필요하지만,

약의 효능이 더 빠르게, 더 잘 듣는다 말하고 싶은

브랜드와 광고회사에게는 너무나 큰 걸림돌이다.


그래서 요즘 광고회사가 주로 쓰는 방식은 "비유"이다.

신체와 약효를 직접 드러내지 못하는 심의 때문에  

간접적으로 연상하게 하는 "비유"를 고민하게 된다.

실제 효과와 멀어져서 설득에 실패하기도 하지만,

적절하고 절묘한 비유는 이게 비유인지조차 모르게

약의 효능효과를 연상시키고

심지어 세련되게 드러내기도 하니까.  


10 [에스엘바이오텍 : 뉴트리코어XDr블루션] 편

만든 이 : 이노션 / 김기영 김성규 CD/ 한세령 외 AE/
               권정한 감독/ 모델 : 윤여정ㆍ최민식

제약 광고 심의의 한계를 넘기 위한

비유의 힘, 붉은 실선


제약광고가 가져야할 기본이자

핵심을 아주 잘 추려담았다.


우선, 증상을 거론하여 타깃 눈길을 잡는다.

혈관과 관련된 고민이구나 라는 것을

혈관이 아닌 빨간 실선을 통해

간접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그 다음은 약품이 주는 효능, 즉 약효다

안 하면 큰일날 듯 위협적으로 보이는 자막을

알약 캡슐이 빠르게 지나가며 격파해버린다.

고민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즉효적인 효능효과의 이미지를 얻고 있다.


마지막, 제품의 차별성이다. 보통 더 강력한 베네핏.

이 제품 특징은 '올인원'이라고 잡은 만큼,

세 알약이 하나로 합쳐져서 1석3조라는 것을

간결하게 한 컷으로 나타낸다.

한 알만으로도 세가지 고민을 바로 없애버린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기여를 하는 것이 붉은 실선이다.

첫 장면부터 인체를 느끼게 하고, 혈관을 연상시키고,

어떤 증상인지 보여줄 때도, 즉효성을 드러낼 때에도,

올인원 제품 특징을 나타낼 때에도

붉은 실선을 인체 혈관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게 비유의 힘이다.

실제 혈관같은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약의 효능효과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에 좋은 연출.

위에서 이야기한 제약 광고 심의 수위까지 감안하면,

붉은 실선 비쥬얼은 정말 영리하고 효율적 아이디어.


이 비유가 좋다보니,  

실선과 모델 외에는 불필요한 부분을 싹 비워버렸다.

그렇게 비운 것이 오히려 더 공간감이 살고,

집중도를 높여주고 있다.


복용자이자 추천자의 역할을 동시에 한 모델


또한, 이 솔루션을 이미지나 내레이션 톤으로나

신뢰감 있는 두 배우를 통해 제안하고 있다.

윤여정: 건강고민.
최민식: 한 두가지가 아니죠?

혈압고민. 혈당고민. 콜레스테롤 고민.

최민식: 세가지 건강고민.
윤여정: 이제 블루션으로 동시에. 올인원 케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까지.
올인원 케어의 시작. 뉴트리코어 블루션.

실제 고객 타깃층으로도 보이고,

본인이 복용한 후 권유하는 추천자로도 보이고,  

광고적 카피임에도 증언하는 형태로도 보이고,

신뢰성 있는 목소리 때문에 PR로도 들린다.


붉은 실선의 비유를 성우의 내레이션으로만

들었다면 아마 너무 전형적이었을 수도.

모델이 직접 이야기하게 한 효과가 커서

모델 기용의 효과는 충분히 내고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제약 광고들이 나올 것이다.

그 광고들은 모두 광고 제약 심의를 거칠 것이다.

광고주의 안목을 통과하고, 제약심의를 통과하고,

소비자의 효능 설득을 통과하기 위해

광고회사들은 몇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밤새 고민하며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할 것이고,

또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을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와 같은 노력들이

지금의 제약광고들을 만들어왔다.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약 광고’라는 말은

그래서 욕이 아니라 칭찬으로 들려야 한다.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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