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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n 07. 2024

다르게 비틀어야 새롭게 보인다

12 [삼성증권 : 클린공법으로 만든 미국주식 매수 수수료] 편

요즘은 TV를 포함해 유튜브, 각종 SNS에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광고는 그것들 중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것, 

익숙한 것을 비틀어서 제품을 드러내곤 한다.

그럴 때 자주 쓰는 기법이 '패러디'다. 

패러디(parody) :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 놓은 
어떤 특징적인 부분을 모방해서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는 기법을 의미(출처: 위키백과)


여러 콘텐츠 기획에서 패러디는 자주 쓰이지만, 

광고는 이 패러디 연출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표절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표절은 큰 문제지만, 

광고는 기업의 상업적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에

보다 목적과 의도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표절일 경우 기업 이미지 타격이 더 심하기 때문. 


그러면 표절이냐 패러디냐는 어떻게 구분할까?

법적으로 여러 복잡한 기준과 싸움이 있겠으나, 

창작자의 인지 여부, 제작 의도 등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해서 판별이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시청자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보고 난 다음 "무엇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드는가!".

원작을 떠올린 이후, 무엇을, 왜, 어떻게 비틀었는지, 

그래서 재미있는지, 뭉클한지, 새로워 보이는지 등. 

새로운 대상에 대해 새로운 감정이 떠오르면 패러디. 

원작 대상만 보이고 왜 따라 했지? 느껴지면 표절. 


결국, 새로운 대상을 '낯설게 하기'의 일환으로, 

원작을 '도구/방법'으로 쓰는 것이 좋은 패러디다.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 
러시아 빅토르 쉬클로프스키가 처음 사용한, 문학 용어. 
일상화한 대상을 다른 양상으로 제시함으로써
새롭게 인식시키는 문학적 수법(네이버 지식백과)

이 광고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과연 좋은 패러디라 볼 수 있을지... 


12 [삼성증권 : 미국주식 매수 수수료] 편

만든 이 : 대홍기획 / 이승철 CD/ 하안빈 외 AE/
              오월 감독 


천연덕스럽게 발칙한 패러디 덕에 

브랜드가 새로워 보인다. 


보자마자, "이건 맥주광고다!" 싶을 것이다. 

맥주광고의 전형, 클리셰를 따라 하고 있다. 

한여름 복잡한 도시의 목마른 자들 위로 

도심 한복판에 '맥주캔' 하나가 쿵 떨어지며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켜는, 뻔한 맥주광고가 

"증권사" 광고로 뒤바뀌어 나오고 있다. 

'맥주'는 '미주', 무첨가 '제로'는 수수료 '제로'로,

“클린 공법” 카피도, 성우나 음향효과도 

제대로 맥주광고스럽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천연덕스러움이 더 재미있지 않은가. 


맥주광고를 따라한 게 명확히 보이고, 

이질적인 증권사를 새롭게 보게 만든다. 

성공적인 패러디, 재미있는 패러디. 

투자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미주 ZERO.
삼성증권만의 클린 공법으로
수수료를 깔끔하게 잡았다.

청량한 수수료로 
미국 주식을 짜릿하게.

미주 제로.
삼성증권에서 만나보세요.

미주평생도 드려요.


이 뻔뻔함의 효과는 성공적이다. 

‘미국주식 수수료 제로’를 백번 말하는 것보다 

‘미주제로’ 네 글자를 쉽게 외우게 만든다. 

브랜드 이미지까지 유쾌하게 만든다. 

 

원래 금융상품은 차별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는 ‘말하는 화법’을 차별화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점을 입증한 광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 광고 봤어?’라고 말하게 만든다. 

게임대회 광고 같던 전작 ‘주식컵’에 이어 

‘낯설게 하기’가 거듭 브랜드를 새롭게 보도록 한다. 

패러디는 원작을 많이 비트느냐, 

적게 비트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야 한다.

감성적인 건 재미있게, 재미는 감동으로, 

지금의 나와 가장 이질적인 방향으로, 

원작의 반응과 다른 감정으로... 

그래야 표절에서 벗어난다. 

얼마나 많고, 적게 비트느냐는 요점이 아니다. 


세상에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어떻게든 다른 것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그걸 내 머릿속에 숙성시켜서 

다른 것과 또 Mix 한 상태에서 꺼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나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원작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비틀어야 

내 스타일이 나오는 것처럼.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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