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도 Dec 29. 2023

벤츠녀

※ 내담자분에게 동의를 구하고 작성했습니다.


1. “퇴근 후 도로는 늘 짜증스럽다. 백미러를 보니 하얀 벤츠가 보인다. 어느새 내 옆 차선에서 막힌 도로를 함께 달리고 있다. 계속 내 옆에 붙어 있는 것 보니 나에게 관심이 있는 듯하다. 거울을 보며 화장이 잘 되었는지 확인해 본다. 한참을 옆 차선에서 달리던 벤츠는 나를 추월하여 앞질러 간다. 아마도 나에게 고백을 할까 고민하다 마음을 접고 가는 모양이다. 용기 없는 자식이라고 외쳐본다. 이래서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가 보다.”


2. 우스갯소리처럼 내담자분이 이런 생각도 한 적이 있다고 얘기해 주신 내용입니다. 이분의 부모님은 본인들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표현하는데 서투신 분들이셨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엄마에게 “무슨 일 있어?” 물어보면 그릇에게 화풀이라도 하듯 설거지하시면서도 “괜찮다는데 왜 그래!” 하시는.

자녀 입장에서는 분명 엄마가 기분이 나쁜 것 같은데 말은 괜찮다고 하시니 혼란스럽습니다. 재차 물어봐도 ‘진실’을 듣기 어려우니 지레짐작하게 됩니다. 살아오면서 반복된 이런 경험들은 다른 관계에서도 “지레짐작”해야 하는 상황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될까요?


3.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것은 늘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 표현해야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을 존경하거나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진짜 마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이해하거나 이해받는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이나 감정들을 표현하고 계신가요? 제 내담자의 부모님처럼 그릇에게 화풀이를 하고 계시진 않나요? 아니면 “지레짐작” 해야 하는 상황이 많으신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