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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할까

제88화

by 그래도

1. 사랑은 때때로 한 사람의 눈빛에서 시작된다.

가까워질수록 설레고 두렵고, 멀어질수록 견딜 수 없이 그리운 마음.

사랑은 나를 흔들고, 내가 누구인지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2. 사랑은 연인만의 것이 아니다.

가족의 품에서, 친구의 웃음 속에서, 우리는 지탱되고 상처 입고 다시 일어선다.

사랑은 나를 붙드는 손길이자, 가장 깊게 베이기도 하다.


3. 때로 사랑은 나를 넘어 세상으로 번진다.

이웃의 작은 친절에 마음이 풀리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슬픔에도 마음이 저민다.

말 없이도, 우리는 서로의 존재에 스민다.


4. 그 사랑은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

타인을 품으려는 마음 끝에서,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때로는 나를 미워하면서도, 다시 끌어안아야만 삶은 조금씩 이어진다.


5. 그래서일까.

사랑이 없는 날은 유난히 버겁고, 사랑이 빠진 삶은 금세 빛을 잃는다.

우리는 사랑에 기대어, 서로에게 기대며 하루를 살아간다.


헨리 나우웬은 『상처 입은 치유자』에서, 사랑은 타인을 품을 때만이 아니라 상처 난 자신도 껴안을 때 깊어진다고 했다.
우리는 아프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의 안에서, 그리고 자기 안에서 천천히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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