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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괜찮다면서 설거지 소리는 커질까

제81화

by 그래도

1. “괜찮아.”

짧게 흘러간 말 위로, 물줄기가 더 세차게 쏟아진다.

한두 개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집 안을 길게 울린다.


2. 뜨거운 김이 허공에 번지고, 물방울이 벽에 튄다.

금세 마를 자국이지만, 눈에는 오래 남는다.


3. 손끝은 바쁜데, 물소리는 공기를 긁어낸다.

말은 멎었는데, 부엌은 점점 더 시끄럽다.


4. 거실의 공기가 낮게 깔린다.

나는 대답보다 소리에 오래 묶인다.


5. 물은 언젠가 멎겠지.

그러나 그 소리는, 멎은 뒤에도 방 안에 머문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순간을 ‘이중메시지(겉으론 괜찮다 해도, 행동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신호)’라 한다.
짧은 대답이 삼킨 마음은, 결국 소리로 끝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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