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1. 단체방엔 묘한 공기가 흐른다.
누군가 ‘공지 확인했습니다’라고 남기면, 몇 개의 ‘네’, ‘넵’이 따라온다.
그 사이 한 사람이 ‘ㅋㅋㅋ’를 붙인다.
그건 웃음이 아니라 산소다.
굳어가던 방 안에, 가느다란 숨 한 줄이 스며든다.
2. ‘ㅋㅋㅋ’는 이상한 언어다.
진짜 웃음은 없는데, 그게 없으면 너무 조용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웃는 흉내를 낸다.
웃기지도 않은데, 붙이지 않으면 더 불안하니까.
조용함보다 억지 웃음이 낫다고, 우리 모두 그렇게 버텨간다.
3. 그 속엔 수많은 말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이제, 감정 대신 문장의 온도를 읽는다.
한 개면 무뚝뚝하고, 두 개면 예의고, 세 개면 가벼워진다.
네 개부터는 아부 같고, 다섯 개면 그냥 허공으로 흩어진다.
우리는 오늘도 ‘ㅋㅋㅋ’의 개수로 서로의 거리를 어림짐작하며 산다.
4. ‘ㅋㅋㅋ’를 빼면 대화는 얼어붙고, 붙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불안을 달래듯 웃고, 누군가는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웃는다.
그렇게라도, 이어보려는 마음으로.
‘ㅋㅋㅋ’는 꼭 웃음이 아니라, 관계가 끊기지 않길 바라는 작은 신호다.
사람들은 이 부호에 기대어 어색함을 누그러뜨리며, 멀어지지 않았다는 조용한 안심을 얻고 싶어 한다.
완벽한 진심이 아니어도, 그만큼은 여전히 이어져 있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