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1. 가시는 작다.
하지만 내 살에 닿는 순간, 그 작은 것이, 세상을 멈추게 한다.
피 한 방울 나지 않아도, 그 자리 하나가 하루 종일 쓰리다.
2. 남의 손에 박힌 가시는 유난히 조용하다.
봐줄 수는 있지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픔은 언제나 자기 안에서만 울려온다.
3. 어느 날, 말 한 줄이, 짧은 표정 하나가, 무심한 숨결이 내 안에 박힌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마음의 살은, 손보다 훨씬 깊게 베인다.
4. 아픈 이유는 단순하다.
그게 내 살이니까.
가시는 타인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오래된 자리를 건드린다.
5.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잦아든다.
가시가 있던 자리는 희미해진다.
그런데도 가끔, 같은 자리가 다시 쑤신다.
몸 어딘가에, 아직 미세한 감각 하나가 남아 있다.
아픔은 언제나 ‘자기지각(자신의 경험을 느끼고 해석하는 감각)’의 세계에서 가장 선명하다.
타인의 고통은 멀리서만 스쳐가지만, 가장 또렷한 고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