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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an 05. 2024

너는 내 운명?

1. 지금 연애를 하거나 배우자가 있으신 분들은 운명 같은 사람과 함께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운명을 탓하고 계신가요? 부부상담을 하는 상담자들이 농담처럼 ‘결혼한 이유 때문에 이혼한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일부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2. 상담실에 오시는 분들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체로 내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얘기보다 상대가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많이 듣게 됩니다. 듣다 보면 기대가 있다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왜 상대에게 이런 기대를 갖게 되었을까, 기대가 이뤄지지 않을 땐 어떻게 하실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3. 기대나 소망은 좌절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의 삶이 불행하다는 반증입니다. 기대나 소망은 살아온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게 끔 영향 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영향을 준 사람이 주로 부모일 수 있는데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다른 관계에서 충족하려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나 결혼을 통해 무언가를 기대합니다. 이 기대가 살아온 과정에서 기대했으나 얻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면 연애나 결혼 생활이 어떨까요? 내가 만나는 이성이나 배우자는 내 부모가 아닌데 말입니다.     


4.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성분이 있다면 아마 그건 너무 성실하게 순종적으로 살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때때로 반항도 하고 나쁘게도 살아보고 싶었으나 착하게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자기 삶이 구원받길 기대하기도 합니다. 구원받길 기대한다는 건 현재 삶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반증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결혼은 누구와 하는지보다 무엇을 갖춘 사람과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나를 구원해 줄 그 무엇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내 버거운 삶에서 구원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무관심했거나 기대에 부응할 때만 칭찬하거나, 가치를 알아주지 않았던 분들은 다른 관계에서 관심과 인정을 추구함으로써 그 공허함을 채우려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부, 외적 아름다움, 사회적 지위 등에 집착할 수 있는데 이는 존재 자체로 사랑받은 경험의 부재이고, 자신의 성취에 대해 연애 상대나 배우자에게 관심과 인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5. 내가 누군가에게서 내 결핍이 채워지길 기대하는 게 부정적으로 볼일만은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부모에게는 받지 못했지만 배우자를 통해 건강하게 채워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나의 기대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과한(?) 요구나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정신분석가인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랑의 문제를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닌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와 동일시한다고 했습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받으려 하면 더 받기 어렵고, 오히려 주면 더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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