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1.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리고 내가 제일 빠르다고 잘난 척 하자, 거북이는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하였다.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처진 것을 보고 중간에 낮잠을 잔다. 그런데 토끼가 잠을 자자 거북이는 토끼를 지나친다. 잠에서 문득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빨리 뛰어 보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2. 최근에 같이 일하는 선생님께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자녀 학원에 가게 되었는데 학원 선생님이 요즘 토끼들은 게으름 피우지 않기 때문에 거북이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웃고 넘기긴 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는 토끼는 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달린 것 같다며 언젠가 자신의 삶을 한탄할 것 같고, 성실한 토끼를 상대하는 거북이는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난 역시 안돼하며 스스로를, 세상을 원망할 것 같습니다. 너무나 비관적인가요? 제가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얘기들입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앞만 보며 달리는 것일까요?
3. 토끼나 거북이나 결국 내가 대단하다는 것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빠르다며 잘난 척하는 토끼나 경주 중간에 잠든 토끼를 모른 척하며 경주를 이긴 거북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린 대로 살면 될 것인데 왜 상대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좋고 나쁨으로 얘기할 것이 아닌 그저 다른 것뿐인데 말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열등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포장하고 채워야 할 것 같은 마음이 큰 것 같기 때문입니다.
4. 사람은 누구나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바라면서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는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성형하는 분들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성형을 하는 분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만족스러운 성형수술 후에 외모에 대한 열등감은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다른 부분으로 옮겨 갈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시 그 부분을 수술해야 할 텐데 평생을 수술대 위에서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무언가 갖추고 꾸며야 하는 관계는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에게 인정을 과하게 갈망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5.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토끼보다 거북이가 참 못된 녀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토끼가 잠든 틈을 타 일등을 한 거북이를 성실함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친구를 외면한 녀석 같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느림보라고 놀리긴 했지만 토끼를 깨워 같이 결승선에 갔다면, 혹은 깨워줬더니 나를 제쳐 두고 먼저 결승선에 들어가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토끼를 품어줬으면 하는 기대는 너무 과한 것일까요?
6. 남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 이긴 들 그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게 더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게 서로 의지하고 기대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함께 잘 기대며 살 수 있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토끼와 거북이도 우리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