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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말 걸어지는 사람, 기억되는 마음

by 그래도

1. 2년여간 상담실에서 만났던 분이 계셨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며, 겉으론 아닌 척하셨지만,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멀어졌고, 연애와 관계도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참 용기 있는 얘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제 커피를 사 오시길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면서 다음부턴 본인 드실 것만 사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부담을 느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그다음부턴 커피 대신 편의점에서 1+1 음료를 사 오셨습니다. 자신이 마시고 싶었던 음료를 샀는데 덤으로 하나 더 주는 행사 제품이라 편히 드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마저 거절하기엔 이 분의 작지만 큰 마음이 느껴져 감사히 받았습니다.


3. 이 분이 사 오시는 음료수를 보면서 나는 이분에게 어떤 사람인지, 이분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타인의 눈빛은 거울이 되어 서로를 비춰줍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볼 수 없으니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 자신이 되어 갑니다.

이기적인 면 때문에 관계가 힘들다고 하셨지만, 2년 넘게 매주 건넨 1+1 음료는 그분이 더 이상 이기적인 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음료 속에 담긴 이분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상담실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에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면, 이 작은 음료 하나가 이렇게 기억되진 않았겠지요.


4. 관계가 어려워 외롭다는 이 분의 얘기들을 들어오면서, 외로움이란 내가 말할 사람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말 걸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서 느껴지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 걸어지는 사람이라는 건,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5. 우리에게는 말 걸어 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 또는 소수의 몇 명이 있습니다. 가족일 수도, 친구, 동료, 선생님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말을 걸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우리 곁에 조용히 머물고 있을지 모릅니다.

작아 보여도 마음을 담아 건네봐야겠습니다. 1+1 음료수처럼. 작고 별거 아닌 마음 하나가, 누군가의 긴 하루를 바꿀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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