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모양

by 그리고

바람의 모양


불어오는 바람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서가 끝 먼지 쌓인 책처럼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고

곁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


어쩌다 창가의 이파리 하나 툭 건드리면

허공에 흩어지는 초록빛 사선

그제야 드러나는 바람의 모양


바람을 닮은 당신은

하루의 틈새마다 형체 없이 머문다

일상의 구겨짐을 손끝으로 다려내

둥글게 빚어내는 지극한 수고로움


빳빳한 셔츠의 정직한 직선으로

따뜻한 국그릇에 피어난 다정한 곡선으로

그제야 드러나는 당신의 모양

오늘도 내 곁으로 엄마가 불어온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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