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 무스펙으로 누가 프리랜서를 시작해? 에서 누를 맡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면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20대 후반인데 다시 대학에 들어가도 될까요?” 등등 학창 시절에 끝냈어야 할 진로 찾기를 뒤늦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그 분야에서 등수를 매긴다면 아마 상위권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또래보다 이르게 진로를 찾았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무조건 대학은 이 전공으로 가야 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재수를 해야 할 때 그만두고 싶었어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었고, 한번 더 해보자는 아빠의 설득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울며불며 보낸 재수 시절을 지나 대학에 가서 처음으로 오래 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 사람들 때문에라도 나는 피아노를 선택한 과거의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기였기에 배울 수 있었던 노력, 성실, 인간관계 등은 평생 가지고 갈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나는 퇴사를 하고 방황을 한지 이제 2년을 꽉 채워간다. 거창하게 말을 이었지만 백수 생활 2년 차라는 소리다. 그리고 그 끝무렵에서 나는 새로운 도전을 다시 시작했다. 그것도 프리랜서로!
신입, 무스펙, 비전공자, 20대 후반,,,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내가 처음 도전하는 분야에서 회사 경력도 없이 프리랜서로 무작정 시작하는 것은 너무 리스크만 큰 도전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 모든 신입이 회사에 입사해서 경험과 경력을 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물론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개업을 하려고 할 때 스스로를 홍보해야 할 경력이 있는 것과 있지 않은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회사에 근무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은 고객을 데리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시작한 사람들은 다 실패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아니요’ 일 것이다.
요즘 시대는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라고 한다. 쓸데없는 취미라고 보던 다이어리 꾸미기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 가족들에게 떠주던 뜨개옷을 판매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하자면 열정적이고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 볼 때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는 커리어 발전이라는 것에 딱히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재미있게 일을 하고,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고, 그 외의 시간에는 나에게 집중하는 일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건 가치관의 차이여서 사람마다 직업적으로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전부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돈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이 말도 좋아하는 편이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당신의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보통 사회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와 같이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물론 돈만 보고 살면 안 되는 건 맞지만 돈을 안 보고 살 순 없기 때문에 내가 적당히 행복할 정도로는 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재밌게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진로를 찾을 때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는 걸까?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재밌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첫 직장에서 일을 할 때 재미있게 근무했었다. 퇴사한 지금 생각해 보면 일 자체가 재미있었다기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기 때문에 출근하는 게 싫지 않아서 재밌던 직장생활로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동기들 중에 제일 잘해야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실수 없이 끝내자는 적정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도 마무리도 웃으면서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되지 않나?‘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직업이 하는 업무, 업무과정, 일상 등을 보면서 다음 단계가 궁금한 일, 나의 몇 년 후 모습이 상상되는 일, 지루한 연습 단계도 재밌어 보이는 일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현실감각 없는 어린애가 시간 낭비 한다고 혀를 찰 수도 있다. 후회해 봐야 정신 차린다고 안타까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처음 피아노를 선택했을 때 기대되고 설렘 가득하던 그 마음이 10년 후, 현재 다시 나의 마음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 마음 하나면 시작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나와 같은 수많은 ‘누’를 위해 앞장서겠다, 길을 개척하겠다 하는 거창한 다짐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나의 시작으로 망설이던 누군가가 도전할 계기를 마련한다면 그걸로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