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도 벌써 셋째주의 중간을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다시 찾아온 무기력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아무리 일찍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아 결국 다시 핸드폰을 키는 밤이 반복되고 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텐데 불도 다 끄고 밖에서도 아무 소음이 들려오지 않을 때면 가끔 부모님이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 하시는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다.
부모님의 취중진담을 내 방 침대에 누워 몰래 들으면서 알고 싶지 않았던 우리 집 사정, 부모님의 한탄, 자식에 대한 마음,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아마 내 동생도 가끔 휴가를 받아서 집에 오면 잠들기 전 들려오던 그 소리들로 혼자 집이 빚더미에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싶다.
이건 웃기긴 하지만 우리집은 부모님이 돈 관련된 문제도 다툼을 하시긴 하셔도 알고보면 빚이 많은 집도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집들보다 적을 것이다. 다만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별로 되지 않은 동생은 정확한 액수를 모르니 우리집이 어렵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한건가.
아무튼 이런 말을 하려고 한건 아니고. 해가 뜨고 잠드는 날도 많아지면서 이야기를 듣는 날도 많아졌다. 그러다가 저번주인가.. 부모님이 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게 됐다. 거실과 내 방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드문드문 들리는 단어와 문장으로 내가 쉬는 기간이 길어지는 걸 걱정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쉬는 걸 걱정한다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걱정인 것 같다. 엄마는 가끔 대놓고 나에게 지원해줄테니 학원 다니지 않을래?, 이거 배워보지 않을래?,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지 않을래? 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아빠는 그저 묵묵히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그 새벽에도 한숨처럼 내뱉는 엄마의 말에 "당신 자식을 믿어." 라고 말하는 아빠의 목소리만은 내 옆에서 들려주는 것 마냥 너무 선명해서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늘도 해가 뜨고서야 겨우 잠이 들어서 점심에 일어나 든 생각은 내가 본가에서 너무 편하게 지내니 급하지도 않고, 아등바등 살 의지도 생기지 않아 이러는 건가 하는 거였다. 이럴거면 그냥 죽이되든 밥이되든 워홀에 지원해서 외국이라도 갈 걸 그랬다.
그러면 떨어지는 돈이 불안해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밖을 나갈거고, 몇 백원이라도 더 주는 급여를 받기 위해 언어를 배우려고 발버둥칠거고,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 현지 친구 한명쯤은 만날거고, 그렇게 귀국하면 뭐든 하나 가져오는 건 있을텐데.
그렇다고 한국에서 그렇게 못하나? 하면 그건 또 아니다.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옆 지역이라도 가서 자취를 할 수 있을거고, 그렇다면 월세와 공과금을 내기 위해 일을 할거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면 비는 시간에 뭐라고 하려고 노력하겠지. 물론, 이 모든 것을 부모님 울타리 안에 있어서 못한다고 하기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허허.
일단 오늘은 12시에 자는 것부터 노력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