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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Feb 14. 2024

반복되는 일상의 안정감?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반복되는 일상이 그렇게 지겨울수가 없었다. 백화점 근무 특성상 스케줄 근무여서 일정한 출퇴근 시간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출근하고 일하고 점심먹고 퇴근하고 힘드니까 저녁은 건너 뛰고 씻고 잠드는 그 무한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쩌면 나름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던 일로 한번에 취업에 성공했어도 생각하던 일이 아니라는 것에 스트레스 받고, 건강도 나빠지면서 급하게 그만두게 되었던 인생 첫 회사생활을 뒤로하고 급하게 입사한 두번째 직장은 더더욱 나와 맞지 않아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성격에 맞지도 않는 서비스직, 경쟁해야 하는 세일즈, 끊임없이 실수하는 동기, 회사에서 편 가르고 싸우는 직장 동료들 등등 무념무상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1년이라도 버텼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사회초년생임에도 많은 돈을 모았어도 그 이상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


밥도 제대로 안 챙겨먹는 내가 걱정 되어서 그냥 집에 내려오라고 하는 엄마의 말에 1년을 채우고 바로 사직서를 낸 것은 어쩌면 엄마의 말을 방패 삼아서 도망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아무 계획도 없었으면서 하고 싶은 게 있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본가에 내려와서도 한 달 쉬고 부터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단기근무로 이루어졌지만 2개월 이상은 일을 쉰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몇 개월을 쉬어도 버틸 수 있는 돈이 남아있는거겠지만. 나름 일을 하면서도 몇 년만에 빠지게 된 덕질도 열심히 하고, 콘서트도 가고, 생카도 돌고, 여행도 다녀오고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방황하느라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퇴사 후, 1년의 기간은 퇴사할 때까지 한 번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 주는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었고, 바쁜 대학생활로 흐지부지 끝냈던 덕질을 이제는 미련없이 보내줄 수 있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다만, 이제는 다른 덕질을 하게 생겼지만 그건 직업과 동일시하여 앞으로 계속 함께할 거니까 내가 어떤 것에 더 재미와 관심을 보이는지 알게하는 계기도 됐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지금의 나는 그때의 반복된 쳇바퀴 속 일상을 가끔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바로 부정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안다. 나는 반복 속의 어긋남, 규칙 속의 옐로카드, 계획 속의 자유를 바란다.


쉼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한 가지는 나는 정말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그런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바꾸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이런 모순적인 나의 모습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한 부분이 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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