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일상 글을 쓸 때는 진지하게 각 잡고 작성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걸까 딱히 어렵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글보다는 하루에 있었던 사건을 사진으로 남겨 보충 설명하는 식으로 거의 그림일기와 동급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글에 더 집중해서 포스팅을 하려고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온전히 글로만 가득찬 이 공간과는 결이 달라서 나에게 다가오는 무게감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이 브런치북을 만든 이유도 "고작 일주일에 한 번이고 소소하게 지나가는 내 일상을 적는건데 뭐가 어렵겠어?" 하는 마음으로 당차게 시작했었다.
하지만 웬걸, 작년까지만 해도 열심히 방황하고, 나태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나와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일도 시작하고, 하고 싶은 것도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쓸 내용은 오히려 줄어들어서 거의 머리를 짜내는 수준까지 와버리고야 말았다.
웹소설 보면 가끔 한 주 휴재 공지나 당일 지각 공지가 올라오는 작가님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내가 쓰는 이 허접한 일상글과는 다르게 방대한 세계관에 배경, 인물, 대사, 떡밥 회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 걸 알기에 오히려 '어떻게 매일 연재를 하지.. 대박이다' 이런 생각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작성하는 연재글에 내가 매일 살아가는 하루를 작성하는 것조차 버거워 끙끙 거리는 나를 잠시 떨어져서 생각해보니 내가 착각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시작은 가벼웠을지언정 내가 살아가는 하루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은데 겉핥기식으로만 스쳐보고 글로 적어내리려 하니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일주일에 한 번 연재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단순히 '이 정도면 가뿐히 쓰고도 남지!' 이런 마음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감정과 생각, 고민들을 천천히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성했어야 했다.
모든 사람의 아픔과 슬픔의 무게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 내가 보고 감탄해왔던 책들 속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도 당연히 비교할 수 없는 건데 왜 나는 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가볍게 여기고 있었을까,
단순히 학교에 다니고 공부만 하던 때를 지나 이제는 온전히 스스로 돈을 벌고, 책임을 지고, 고민을 해야 하는 때가 오니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가장 중요한 건 어쩌면 내가 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결국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고, 포기하지 않고, 실패해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나를 중히 여기고 믿고 사랑해야 생기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