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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한다 Jun 04. 2024

조금 억울하네.

여기 사람들 부럽네.

(발행이 늦었으나 이 글은 2020년에 작성되었습니다.)


캐나다로 돌아왔다. 이 시국에.

무사히 입국 후 자가격리까지 마치고 그나마의 자유를 만끽하니 살 것 같다.


슬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이다. 곧 있으면 다시 학교도 가야하고 일자리도 알아봐야 하는 약간의 압박감도 찾아온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일해보는 만큼 생애 첫 레쥬메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영어 공부까지.

어찌보면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자잘하게 무언가 준비해야 하는게 많다. 

긴장감을 놓치기는 쉽지 않다. 계속 무언가를 준비, 준비...


비자 연장, 학교 수업 등 여러가지를 준비하는 와중에 당일치기로 여행을 갔다.

코로나라 사실 웬만해서는 돌아다니는 건 삼가는게 좋다. 하지만 시간 여유가 그나마 있는 요즘,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의 시간이 또 날까 싶어 당일치기라도 사람이 많이 없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여 가게 된 가리발디 레이크.



공항에서 까먹을 뻔 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부랴부랴 급하게 만든 국제면허증을 가지고 차를 렌트하여 다녀왔다. 가기 전 도착하면 딱 레이크만 나올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그건 아니었고 일단 하이킹을 해야 한다. 하이킹 코스는 세 군데인데 하나는 Cheakamus Lake Trailhead이고 또 하나는 Diamond Head Trailhead, 그리고 Rubble Creek Trailhead가 있다. 나는 제일 짧은 코스인 Rubble Creek Trailhead로 갔다. 


캐나다는 운전을 하고 가는 모습 마저도 장관이다. 우리나라도 차 타고 갈 때 보이는 푸른 논과 밭의 시골 풍경도 매우 예쁘다고 생각하나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눈 덮힌 큼지막한 산 등 캐나다만 갖고 있는 전경에 계속해서 감탄을 지르게 된다.


도착 후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시작하였다. 호기롭게 그깟 등산, 하면되지. 예전에도 많이 했는데 하고 산을 타기 시작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너무 힘들다...!

한 한시간 걸었나 하고 시계를 봤는데 겨우 30분 지났다. 벌써부터 충격을 먹고 또 한참을 걷다가 반 정도 왔겠지 했는데 구글 지도를 보니 3분의 1도 안 와있었다. 계속해서 충격의 연속이었다. 숨이 찼고 너무 힘든데 오랜만에 등산을 해서 그런지 나이를 먹고(?) 체력이 떨어졌는지 예전의 신나게 산을 탔던(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등산을 엄청 즐긴 건 아님) 때와 너무 달랐다. 진짜 힘들었다.


중간에 Barrier Viewpoint라는 곳이 있다. 여기를 가면 산의 전경을 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엄청 예쁜 건 아니었지만 바위로 된 산의 전경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 참에 잠깐 쉬었다 갈 수 있겠다 싶은 곳이었다. 캐나다의 산에는 여러가지 새와 청설모 등 동물 친구들도 참 많다. 


여기 새들은 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람들 주변으로 막 날아다닌다. 풍경을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탁 트인 기분인데 사진에 그 느낌이 다 담기지 않아 아쉽다.


또 다시 왔던 길 만큼을 걸어 레이크에 도착하였다. 처음 레이크가 나오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엄청나게 큰 호수에 주변에는 싱그러운 초록색의 큰 나무 숲들이 둘러싸고 있고 호수 뒤로는 눈 덮인 산이 보인다. 호수의 물은 거짓말 같이 숲의 색이 반사되어 청록색의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야말로 에메랄드 색의 물이 흐르고 있다. 맛을 보면 파워에이드의 맛이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하여 이제서야 숨을 돌렸다. 준비해온 점심을 오후 두시가 되어서야 먹을 수 있었다. 등산 내내 다신 오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호수를 본 후 참으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같고 달력같은 경치를 보며 한국에는 없는 이러한 풍경을 캐나다 사람들만 누려왔다는 게 새삼 억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사진으로 남겨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냈다. 자랑이 아니라 사진으로라도 넓은 세상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한국에 없는 이런 풍경 나중에라도 와서 보고 억울해하지 않게 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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