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쩌다 간 여름기행
끈적한 땀 식히는 선한 바람
시내처럼 흐르면
칼 박자 맞추며
고개를 끄덕끄덕 구절초
빳빳한 초록잎
앙증맞은 자주색 동백열매
보오랗게 익은 가지꽃과
푸른대 높이 올라 온
핑크빛 마늘 꽃
큰 단풍나무가 두 팔을 벌려
제 몸을 활짝열고
그윽한 녹음향으로 퍼지는
여름기행
어느 정치가의
열 손가락 굳어터진
핏빛아린 복수라던가
헛헛하고 호젓해
너른 녹음같은
어느 노인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여행
쏴아아 쏴아아
하늘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대나무
서늘한 그림자
어느 시인의 내음새
스며있는 볏집엮은
초가집 툇마루
그 아래 비치는
폭 안은 햇살
하이얗게 구름 그리면
투명한 안개 벽으로 서 있는
폭하고 뛰어 들고 싶은
시린 허공
그 허공처럼 말간
어느 여름날의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