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버스 안 바라 본 풍경
흰눈의 무심히 창문을 두드리면
뽀얀 안개, 민둥산이 서있다.
할아버지의 몇가닥 남지 않은 흰머리 같이
드믄드믄 성글게 핀 나무들
따스한 차안과 매서운 추위를 달리는 도로
그 사이 비집고 들어 온 얇은 성에가
안과 밖을 나눈다.
뜨거운 입김을 불면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버스 안
얼어버린 길들과 밤색깔 물든 풀들
봄이 되면 깐 밤처럼 뽀얀 얼굴 살랑살랑하겠지
마을의 수호신 나무만이 고요한 시골길
거대한 마시멜로 같은 볏짐만 덩그러니
살얼음도 추위에 벌러덩 드러 누으면
뽀얀 굴뚝 연기 피는 집
쿨~쿨~ 코고는 게으른 노부부의 낮잠 한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