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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을녀 Sep 03. 2019

인생 한 그릇

손 칼국수를 생각하며

오동통 손 칼국수 한 접시
인생 한 그릇

하얀 밀가루 한 줌
투명한 물에
찐득해진다
싫든 좋든
쓰여지기위해

물컹한 반죽
치대지고 때려지고 늘려진다
아직 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말랑해진 덩어리
깊은 냉장고로 들어가다
더 단단해지기를
더 채워지기를
소망하며

구름처럼 부푼 뽀얀 반죽
최후의 관문이 기다린다
슥 슥 슥 깎여야 될 수 있는 것
이 악물고 버티는 시간

썩이고 치이고 인내한
밀가루 한 줌
팔팔 끓는 물에
퐁당 들어가면
오동통 깊은 맛
손 칼국수

멍든 영혼까지
채워주는 인생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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