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칼국수를 생각하며
오동통 손 칼국수 한 접시
인생 한 그릇
하얀 밀가루 한 줌
투명한 물에
찐득해진다
싫든 좋든
쓰여지기위해
물컹한 반죽
치대지고 때려지고 늘려진다
아직 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말랑해진 덩어리
깊은 냉장고로 들어가다
더 단단해지기를
더 채워지기를
소망하며
구름처럼 부푼 뽀얀 반죽
최후의 관문이 기다린다
슥 슥 슥 깎여야 될 수 있는 것
이 악물고 버티는 시간
썩이고 치이고 인내한
밀가루 한 줌
팔팔 끓는 물에
퐁당 들어가면
오동통 깊은 맛
손 칼국수
멍든 영혼까지
채워주는 인생 한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