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을 노 / 꽃 화
한 줌 쥐면 흩어지는 모래사막 위
샛노란 민들레
사막을 사랑한 꽃
온 힘 다해 사랑했던 어떤 날
빛바랜 얼굴 마주 보며 울던 그 날
하얀 꽃잎은 바스러졌다
하얀 잎 아래
잿빛으로 남은 꽃은 온 마음 녹여
모래로 스며들었다
바스러진 잎조차 보이지 않게
깊이
꽃잎 하나 없는 모래사막
바람조차 외로워 빨리 지나가는 그곳
소리가 난다
꾸물꾸물.. 꾸물꾸물..
채찍 바람 서슬 퍼런 한기 속
꾸물꾸물.. 꾸물꾸물..
꽃 녹아든 그 자리에
흙 돋아난다 천천히 천천히
쉬지 않고 피어난다
꾸물꾸물 꾸물꾸물
꽃은 죽지 않았다
낙인처럼 새겨진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갈 뿐
한 줌 쥐면 흩어지는 모래사막 위
하얀 민들레 홀씨가 꽃잎처럼 피어난다
이 시는 부모와 자식에 관한 내용이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희생했던 부모(꽃)
부모의 희생에 살아남은 자식(흙)
살아남은 자가 행하는 다른 종류의 희생(홀씨)
자식의 핏줄 속과 마음속에 새겨진
늙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지은 시이다
꽃의 희생으로 꾸물꾸물 자란 흙은
민들레 홀씨를 키우고
홀씨는 꽃이 되어 사막을
고운 흙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