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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시

나! 여기서 내려요

망자의 나룻배에서...

by 글쓰는 을녀


날카로운 핏물
조용히 눈 감은 날

어둠 속 작은 나룻배
핏빛 사공

긴 세월
떠돌다 온 이곳
미련없다 떠나려다
스치는 것들

사랑하는 이의 절규
이루지 못한 것들
귓가를 간지르는 바람소리

떠나오니 선명해진 내 자리

나 이번에 내려요!!
나 여기서 내려요!

3월의 어느 날
겨우 눈 뜬 내 세상
내 목적지



긴 --한마디


처음 주제를 듣고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생각 났다.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어떤 사람에 대한 시를 써보았다

첫 줄의 날카로운 핏물은 어떤 이가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이다. 손목을 그어 자살해 죽음의

세계로 간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망자는 죽음의 강을

건너기 위해 작은 나룻배와 사공 카론을

만난다고 한다. 목적지 없이 삶을 낭비했다고

생각한 이는 카론의 배를 탄다

미련 없이 떠나려고 했으나 스치는 것들이

그(그녀)를 괴롭힌다. 생각의 끝에

알게 된 사실 하나.
포기했던 그곳이 그토록 바라던 목적지이고

자신의 자리임이 선명해진다

배를 탄 자는 외친다
나 여기서 내려요!
나 이번에 내려요!

힘찬 울음 끝에 3월의 어느 날
젊은이는 다시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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