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고 있니?
아주 먼 옛날에는
귀 속에 달팽이가 살았어
어떻게 믿냐고?
달팽이관이 바로 그 증거야
오래 전 살았던 달팽이의 관
천 년도 전에 살던 달팽이는
뽀얀 몸에 통통한 뱃살을 가진 민달팽이
위나 아래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으로
느긋하게 천천히 꼬물거렸지
어느 날부터 인가 사람들은 바빠졌고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어
비극의 시작
티끌만 했던 소음이 점점
날카로운 칼로 변해 갔지
“나는 쟤보다 못 해”
“나는 더 열심히 해야 돼”
“내가 더 잘 했어야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소리도 없는 소음에 베인 달팽이는 결국
귀 밖으로 빠져나왔고
지금껏 그의 행방을 아는 이는 없어
넉넉하게 치우치지 않던 달팽이가 사라진 후
기울어진 달팽이관처럼 비뚤어진 사람들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몽글한 달팽이를 기억하곤 했어
달팽이가 살던 곳에 달팽이관이라 이름지어주며
그를 추억했으나 한 번 사라진 민달팽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