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교에 스며든 고양이 집사

모카가 떠난 자리에 생기는 불심

by 찬라

모카가 떠나고 나서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요즘 느끼기에 달라진 점은 조금 더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반려묘가 떠났는 데 편안해졌다니, 이 무슨 부끄러운 말일까? 집사의 본분을 행하지 않아도 되어 몸도 편해졌지만, 내가 말한 '편안함'은 마음을 말한다.

모카가 다른 반려묘들처럼 평균의 수명과 삶을 살았으면 좋았겠다는 상상은 여전히 하지만, 나는 이번 생의 모카와 함께 하며 '소중한 것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소중한 것을 보낼 수 있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헤매지 않고 힘들지 않고 이런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불교의 공이 크다.


나는 사실 이전까지 마음이 진정으로 기대는 종교는 없었다. 불심이 깊은 부모님 덕분에, 이번 모카와 이별을 계기로 '인간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종교가 마음의 위로를 주는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모카가 떠난 날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고, 부모님은 1000개짜리 염주를 가지고 오셔서 천 번의 진언(眞言/Mantra)을 외워주셨다. 그 기도가 없었다면 나는 모카를 어떻게 잘 보내야 하는지 우왕좌왕했을 것이고, 이런 행위 없이 분리되었다면 마음속에 슬픔과 후회가 가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카의 49재까지, 부모님이 물려준 108개의 염주와 불교독송집으로 나도 모카를 위해 매일 진언을 하게 되었다. 방법은 그냥 조용한 환경에서 염주를 돌리며 진언을 108번 말하는 것이었다. 모카를 위한 것이었지만 신기하게 내 마음도 차분해지고 잡생각이 사라졌다. 돌아보니 명상과 같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불교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된 하나이며, 본질적으로 공(空)으로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말한다. 개별적 자아나 경계는 집착이 만들어낸 환상이며, 전체 속에서만 진정한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진리를 바르게 보고 자비롭게 살아가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할 테지만, 돌아보니 나는 모카가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분주하게 움직였다. 매일 약을 먹이고, 증상을 살피고, 행복이 많도록 밥을 챙기고 청소를 하곤 했다. 그렇게 분주한 마음으로 하나의 기대를 연장하며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끝이 났다. 나는 현재 여유롭고 편안하며 평화롭다. 모카도 아픔에서 벗어나 행복한 마음을 가득 채운 채 새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 불교박람회며 뉴진스님이며 나는 절로이며 등등 젊은 세대에게 불교가 많이 친숙해지고 호감을 산다고 한다. 내가 어려운 시기에 손이 닿는 곳에 불자인 부모님이 계시고, 불교의 마음을 전해주신 점에 행운이라 생각하며 감사한다. 불교가 늘 친숙하고 힙하고 재밌어서,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어려운 때의 누군가에게 나와 같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시간이 많아진 나는 불교 콘텐츠도 많이 보게되었지만, 옛날에 보던 만화들도 다시 보게 되었다. 최근에 다시 보게 된 <강철의 연금술사 컬러판>에도 불교와 비슷한 생각들이 보여 새롭게 재미있었다. 불교가 아직 와닿지 않는다면 이 만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강철의 연금술사>
<강철의 연금술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