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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Dec 13. 2021

모카의 또 다른 이름은 이목화

모카와 함께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이미 마음을 뺏겨버린 그들


모카는 왜 모카인가


    핸드폰에 이름이나 애칭을 붙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내 폰은 ‘아이폰 n’이야” 혹은 “‘갤럭시 n’이야”라고 모델을 말하지, ‘소개할게. 나의 핸드폰 베리야’라고 하지 않는다. 365일 24시간 중에 떨어져 있는 시간보다 붙어 있는 시간이 많지만, 평균 2년마다 교체되는 기계일 뿐임을 전제하므로 당연한 일이다. ‘반려’하는 대상은 다르다. 24시간 함께할 수 없지만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소중한 생명을 맞는다면, 어떤 이름을 줄지부터 어려운 고민이 시작된다. 특히 처음이라면 말이다.

    좋아했던 만화의 캐릭터에서 이름을 따오는 집사도 있고, 좋아하는 과일이나 비슷한 음식에서 따오는 집사도 있고, 다묘라면 조화를 이루는 여러 이름을 짓기도 한다. 나는 (있었을 수도 있지만 기억에서 사라져서) 인생 캐릭터나 소울 푸드가 없고, 두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생각해보지 않아서 지름길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반려묘 이름의 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이름의 주인공인 반려묘에게 묻지는 못했지만.

    첫째로 부르기 쉬우면서 두 글자면 좋겠다. 둘째로, 내 영어 이름의 한글소리처럼 ‘ㅋ’이 들어가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나에게 친근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세 가지 조건을 생각하며, 고양이 이름 사이트도 들어가 보고 과일 이름도 찾아보고 국어사전도 찾아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번 허탕을 치며, 노트북 옆의 아메리카노를 홀짝 거렸다.

아메리카노? 커피? 커피다!

    몇 번의 허탕 후, ‘커피 종류로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는 나에게 물 다음의 필수 음료로, 과장해서 커피를 마시지 않은 하루는 0.5일이다. 매일 마지지만 매일 새롭고 맛있는 커피. 나에 대한 새삼스러운 발견과 함께, 반려묘의 이름은 커피의 한 종류로 좁혀졌다.

    라떼, 카푸치노, 카페오레, 모카, 블랙, 더치, 룽고, 플랫화이트, 아메리카노……. 긴 리스트에서 미리 정한 조건을 십분 활용해, 이름을 하나씩 지워가니 ‘모카’가 남았다. 모카, 모카?, 모카! 귀엽고 멋진 이름으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반려묘는 모카가 되었다.



아빠와 할머니의 내리사랑


    반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아이디어만 있을 때 반려에 대한 주제를 꺼내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던 가족은 아빠와 할머니이었다. 나머지 가족들은 관심과 별 의견이 없었다. 아빠는 주로 시간과 비용의 자원 관점에서 반대 입장이었고, 할머니는 주로 할머니 시대의 사회적인 통념 상 반대했다.

    나도 큰 결심이 없었을 때, 아빠와 할머니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강력한 마음의 벽인 줄 알았다. 그렇게 1년 정도 시간이 흐르고 결국 모카와 가족이 되었는데, 강력한 벽도 사람의 마음이라 그런지 강력한 사랑이 되어가고 있다. 벽이 사랑이 된 요인은 시간인지 정인지 알 수 없지만, 아빠와 할머니의 마음은 뜨뜻미지근한 입장이었던 가족들보다 더 뜨겁게 되었다.

    어쩌면 모카와 나의 유사성으로 나에 대한 마음이 모카를 받아들이는 마음에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주변에 모카를 소개하면 나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지금은 나도 약간 인정하고 있다. 아빠도 할머니도, 모카를 처음 봤을 때 나와 외적인 유사성을 말했는데,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듯이 나도 무의식적으로 모카의 첫인상이 좋았고, 아빠와 할머니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현재 아빠와 할머니는 모카가 낯설어하면 가장 서운해하는 사람이 되었고, 안부를 가장 자주 묻는 사람들이 되었으며, 할머니는 모카에게 추석 한복도 선물해 주셨다. 반대의 입장을 많이 보이던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두 사람에게 고맙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모카의 또 다른 이름은 이목화


     모카를 가족들에게 처음 소개했을 때, 재밌었던 일화가 있다. 할머니에게 새로운 가족을 전화로 처음 소개했는데, 영어에 친숙하지 않았던 할머니는 모카의 이름을 ‘목화’라고 알아들으셨다. 그 소개가 삼촌에게도 전해져, 가족들에게 모카의 첫인상은 향긋하고 달콤한 커피가 아니라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녀석이었다.

    할머니로부터 나온 ‘목화’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도 너무 따스하고 소중하며 좋아서, 모카에게 정식으로 성과 한글 이름까지 부여해버렸다. 모카의 또 다른 이름은 ‘이목화’이다.


집사 품이 너무 좋은 개냥이 모카
모카는 집사가 일할 때도 함께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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