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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Dec 07. 2021

모카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2021년 8월, 모카와 함께한 지 한 달


모카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고양이의 첫 1년은 사람의 15살과 같다. 모카와 함께한 지 한 달 반이 되어가는데, 나는 한 달 반이지만 모카는 한 살 반을 보냈다. 모카는 아래쪽 송곳니 이갈이를 하고, 몸무게는 두배로 늘었다. 건강하게 쑥쑥 잘 크는 게 기특하기도 하지만, 슬프고 아쉽기도 하다. 딱 1.5배만 천천히 자라줄 순 없을까? 모카의 시간이 빠르게 가서 아쉬운 점은 아깽이만의 귀여움이 사라진다는 점도 있지만, 모카의 가장 극적이고 즐겁고 희소한 시간이 간다는 것이다. 인간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인생이 크게 변하지 않고 새로움의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처럼, 고양이도 성묘가 되면 호기심과 운동량이 줄어든다. 성장이 천천히 된다고 해도 사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더 많이 놀아주고 예뻐해 주는 것이지만, 살아있는 동안 즐겁고 흥미로웠던 순간의 비율이 커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성격은 함께 만들어가는 복불복


    아이를 입양하거나 낳을 때 성격을 고를 수 없듯이, 고양이도 성격은 복불복이다. 이전에 돌보아 주었던 사람이 있다면 MBTI의 E나 I 정도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릴수록 입양된 집의 환경에 따라 E나 I 또한 바뀔 수 있다. 특별한 결심이 없는 한, 고양이를 입양하는 사람들은 사람에게 애교를 많이 부리는 개냥이면서 발톱깎이 등 일상을 잘 따라주는 순둥이를 원한다. 냥바냥이 있지만, 이런 성격의 대표적인 묘종이 러시안블루이고 실제로 한 민간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안블루는 코리안 숏헤어와 믹스 묘 다음으로 한국에서 많이 반려하는 종이다. 어떤 성격으로 오든, 입양 후 고양이와 서로 생활패턴과 성격을 맞춰가는 시기가 있다. 1-2주일에 적응되는 고양이도 있고, 몇 개월까지 걸리는 고양이도 있지만, 인간이 인내심을 가진다면 행복한 묘연이 될 수 있다. 모카는 한 3주 정도 적응기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천방지축이고 밤늦게 까지 놀기도 했는데, 지금은 말도 잘 듣고 양치와 발톱깎이도 잘하고 내 시간을 존중(?)해준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영혼이 충만하고 행복하다. 모카가 평생 깨발랄이었다면 어떨지 생각하는데,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시트콤 같은 재밌는 일상이었을 것 같다.



최고의 자연 핫팩, 고양이


    골골송이 인간의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고양이 반려가 혈압의 수치와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가 있다. 반려의 건강증진 기능은 하나의 주장이고 보편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나는 고양이의 자연 핫팩 기능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고양이는 38-39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36.5도인 인간이 만지면 적당히 따뜻한 온도이다. 만약 인간보다 낮은 체온이라면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 그 촉감이 잘 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떻게 체온까지 인간이 좋아하도록 만들어졌는지 신비로울 뿐이다. 아무튼 최근 코로나 백신 1차를 맞은 후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모카가 기대어주어 따뜻한 물수건을 댄 것처럼 포근하고 따뜻했다. 또 나는 하루정도 생리통이 있어 핫팩을 쓰는 편인데, 마침 모카가 배에서 쉬어서 별로 아프지도 않고 넘어갔다. 공식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지금은 떠오르지 않지만, 나는 하루하루 더 건강하고 부지런해진 느낌이다. (기대했지만 찾을 수 없었던 기능은 날파리 같은 작은 벌레 사냥 기능이다. 모카는 진짜 날파리를 발견하면 얼음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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