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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라 Dec 07. 2021

모카는 언제나 운동회

2021년 7월 입양한 나의 반려묘, 모카와 만나기까지


반려묘 모카를 만나게 해 준 코로나(?)


   2020년 코로나가 생긴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집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의 반 이상으로 늘어났다. 갑작스럽게 늘어버린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고 활기차게 보내려고, 그동안 관심이 있었지만 여건 상 할 수 없었던 고양이 임시보호 봉사를 시작했다. 집에서 동물과 함께 사는 기쁨과 슬픔을 짧지만 얕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2021년 1월, 나를 길러주신 할아버지의 장례와 나아지는 듯이 보였던 코로나 상황 속에 임보 하던 냥이 친구와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때 코로나가 정말 종식에 가까워지고, 마음 편히 출근하고 다시 문화생활을 하게 됐다면, 반려의 희로애락은 영원히 끝났을 것 같다. 코로나 2년 차인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나는 여기저기 새롭고 재밌는 곳을 많이 다녔는데, 외출이 길고 잦은 1인 가구와 반려동물 한 마리는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코로나는 잘 지내고 있고, 그에 비해 나는 외출 비율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혹은 인간이 코로나와 함께 생존하는 삶에 적응한다고 해도 문화생활의 반 정도는 집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어렴풋한 미래를 그리며, 나는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쉬면서 유튜브와 인스타를 하고 있었다. 여러 콘텐츠를 보지만, 나의 여가에는 늘 고양이가 있었다. 하버지네 양어장(유튜브 hahaha)도 갔다가, 누리네(유튜브 메탈남) 근황도 보고, 6묘를 키우는 인플루언서 언니(인스타 cka720)네도 갔다가, 쉼터를 운영하는 직장인 언니네(인스타 catspatch)도 들린다. 그러다 문뜩 이런 질문이 들었다. ‘이래나 저러나 계속 고양이와 함께 할 것이라면, 그리고 코로나로부터 일상까지 회복이 조금 걸린다면, 지금이 평생 반려를 시작하는 적기가 아닐까?’

    나는 YES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 선택은 2022년을 맞이하는 현재 ‘적기가 맞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2021년 7월 나는 반려묘 모카를 만났다.(글에서는 짧게 표현되었지만 3개월간 고민을 거쳤고, 반려에 필요한 시간과 공간과 재정적인 여유를 마련하였습니다. 입양은 신중하게!)



반려는 라이프스타일


    모카를 데려오기 전에 본가의 가족들에게 생김새나 사연 등을 미리 소개해 주었다. 반려에 대한 생각은 그동안 종종 가족들과 공유해 왔는데, 반려묘가 나에게 가족이 된다면 나의 가족들에게도 새 가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새로운 가족이 생겨서 좋은데, 10년 이상 보호자가 되는 건데 괜찮겠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냥 누구는 싱글로 살고, 누구는 공동체로 살고, 누구는 딩크족으로 사는 것처럼 라이프스타일의 하나지 뭐. 괜찮아’라고 답했다. 아빠는 아마도 보호자로서 매일 해야 하는 일과 다해야 하는 의무를 알기에, 딸이 힘들어질까 봐 걱정한 것 같다. 나도 본격적으로 반려를 고민하게 전에는 이것저것 해야 할 일과 비용과 시간에 대한 계산을 먼저 했다. 그런데 내가 접한 반려 생활에 대한 소소한 에세이와 유튜브 그리고 나의 지난 경험이 더 해져서, 어깨의 과도한 짐을 내려놓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일이든,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끼면 함께해서 더 재미없어지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매일 밥 먹고 양치할 때, 한 입이 더 밥 먹고 양치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한 달(글 처음 작성 시)이지만 나는 오히려 생활에 리듬이 생기고 삶이 더 활기차 졌다.



모카는 언제나 운동회


     처음 만났을 때 모카는 막 3개월이 되어가는 길냥이 출신 쪼꼬미이었다. 처음 일주일을 지냈을 때 느낀 모카는 엄청난 순둥이도 아니고, 엄청난 깨발랄도 아니지만, 언제나 운동회를 하는 개구쟁이이었다. 소풍 가서 먹는 김밥처럼 밥을 매일 맛있게 와구와구 먹고, 달리기와 공던지기 공잡기 등 우리집 운동회의 다양한 종목에서 매번 에이스 선수이었다. 늘 활기찬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모카의 에너지가 집에 가득 차서, 나도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되었고 나의 house는 점점 home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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