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베드로서에는 인류의 멸망을 예언하는 글이 있다.
“이로 말미암아 그 때에 세상은 물이 넘침으로 멸망하였으되 이제 하늘과 땅은 그 동일한 말씀으로 불사르기 위하여 보호하신 바 되어 경건하지 아니한 사람들의 심판과 멸망의 날까지 보존하여 두신 것이니라. (중략) 그러나 주의 날이 도둑 같이 오리니 그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베드로후서 3장 6~7, 10절)
“이 모든 것이 이렇게 풀어지리니 너희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마땅하냐 거룩한 행실과 경건함으로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바라보고 간절히 사모하라 그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가 있는 곳인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 (배드로후서 3장 11~13절)
노아의 시대에 하나님께서 인간을 물로 심판하셨다면, 다음번 심판과 멸망의 날에는 불이 있을 것이라는 예언이다. 큰 홍수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들었듯, 큰불이 일어나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는 것이다.
베드로서는 실제로 베드로에 의해 쓰이진 않았다는 평이 지배적이고, 성경의 이 구절은 세상이 불타 없어질 운명에 있다는 염세주의적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되곤 했다. 그런데 왠지 그 주장이 맞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요즘 점점 강해진다.
‘기후 위기’ 때문이다.
1880년대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지구의 기온은 약 1도 상승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설립된 UN 산하 국제기구)가 2018년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은 앞으로 10년마다 약 0.2도씩 올라 2030~2052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치로만 봤을 때는 ‘뭐 그 정도 오르는 것이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작은 숫자는 사실 인류의 멸망을 암시한다.
환경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라이너스의 책 『6도의 멸종』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에서 1도 상승하면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이고, 2도가 오르면 그린란드 전체가 녹아 마이애미, 맨해튼이 바다에 잠기고, 3도 오르면 ‘지구의 폐’라고 불리는 아마존이 사라지며, 4도 상승하면 뉴욕주 전체가 물에 잠긴다. 5도가 오르면 정글이 불타고 가뭄과 홍수로 인해 인류가 살 수 있는 지역이 얼마 남지 않게 되며, 6도가 상승하면 생물의 95%가 멸종한다.
특히 3도가 오르는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어진다. 기후 위기로 인한 결과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상인 이른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으로 산림과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산불로 탄소가 발생해 기후 위기를 촉진한다.
많은 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인류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상 2050년부터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불타는 세상, 어쩐지 나는 이 세상이 베드로서의 예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오늘 아침에도 미국에서 큰불이 났다는 뉴스가 나왔다.
누군가는 “그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라는 말에서 핵전쟁을 유추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도 기후 위기와 연결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과거 시리아 내전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주원인이 돼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인류의 살 곳이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로마서 8장에서 바울은 모든 피조물이 “썩어짐의 굴레”에 있으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때 그 굴레에서 영원히 해방된다고 말한다. 인류가 기후 위기에 처한 현재 상황은 끊임없이 지구를 오염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썩어짐의 굴레’에 있고, 그 굴레를 끊어내지 않는 이상 어쨌든 세상은 불타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