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승일 Feb 22. 2021

“불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식물이 있다”

*제가 문화부 기자일을 하며 3년여 쓴 책 '재미의 발견'이 곧 출간됩니다. 어떤 콘텐츠가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 재미를 만드는 핵심 원리를 밝히는 내용을 책에 담았습니다. 책의 일부를 출간 전 공개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무언가는 곧 생각을 바꾸는 무언가(전의 轉意)입니다. 그리고 전의의 효과는 당혹과 집중입니다.


“불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식물이 있다”

자연다큐 <녹색동물>(EBS 다큐프라임) 1부 ‘번식’편은 불타는 숲을 보여줍니다. 

불이 나면 거의 모든 식물이 타죽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불이 나야만 번식할 수 있는 나무가 존재합니다. 바로 쉬오크와 뱅크스소나무, 자이언트 세쿼이아입니다. 


이 나무들은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솔방울을 열어 씨앗을 퍼뜨립니다. 씨앗에는 날개가 있어서 불이 만들어낸 상승기류를 타고 멀리 날아오릅니다. 소방관들은 이 나무의 번식을 위해 일부러 산불을 내기도 합니다.


나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껍질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불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산불은 나무의 경쟁자들을 모조리 태워서 거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다른 식물들에게 산불은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이지만 이 나무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나무들에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불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식물이 있다”

다큐멘터리 <녹색동물>은 이런 전의(轉意)의 주제문으로 시작해 일반적인 생각을 변화하는 정보를 계속해서 쏟아냅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장면들에 시청자는 당혹하고 집중합니다. 지루할 줄만 알았던 자연다큐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편, 성공적이었던 광고 카피들 역시 전의(轉意)를 이용해 소비자의 당혹과 집중을 만들었습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매일유업의 카피는 오랫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빙그레 ‘바나나 맛 우유’가 형성한 ‘바나나=노란색’이라는 관념을 바나나껍질 벗기듯 뒤집었습니다. 삼성화제의 “有병장수시대” 역시 ‘무병장수’라는 과거 일반적이었던 생각을 바꿨습니다.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이라는 영화 <프리즌>의 카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미의 발견'은 내달 26일 정식 출간되며, 지금 교보문고에서 예약 판매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1384048&orderClick=LAG&Kc=#N


작가의 이전글 기쁜 소식 알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