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이러스는 정체불명이다. 생물도 아니고 광물도 아니다. ‘반생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순 화학물질과 생명체의 중간쯤에 있다. 모호하기 짝이 없다.
바이러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확실히 분류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인간에게만 정체불명이다. 인간이 생물과 광물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에는 ‘엔(n)개의 정체불명 존재’들이 있다. 바이러스는 오히려 물질과 생명이 별개가 아니라 존재론적 차원에서 연속선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4978
2.
지난 6월 마지막 주 인터넷 서점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 낯선 책이 올라왔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갑작스러운 역주행을 만들어낸 건 뜻밖에도 ‘게임’이다.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속 인기 캐릭터 길가메시에 매료된 게임 이용자(유저)들이 실제 신화와 역사 속 길가메시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호기심을 품고 있다가 <…서사시> 개정판 출간 소식을 듣고 줄지어 이를 구매한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4987
3.
지자체장은 어떤 면에서 대통령보다 더 자유로운 권력을 누리지만 그에 상응하는 외부 통제는 별로 받지 않는다. 통상 지역 언론이 지자체(장)를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순간은 선거를 전후한 제한된 시기에 집중된다. 일단 당선되고 나면 지역 언론과 지자체는 교묘한 협력 관계, 심지어는 종속 관계를 형성한다. 적절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4973
4.
며칠간 박 시장 죽음의 원인이 성추행 피소 때문임을 전제한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 시장이 조금 전 주검으로 발견됐고, 많은 것이 불확실하던 시점에 내보내는 기사는 저널리즘 원칙을 따져 신중히 다뤄야 했다.
기사의 크고 작은 제목에 쓰인 ‘인권 강조해오다 ‘도덕성 치명타’’, ‘정작 본인은 성인지 감수성에 둔감’ 같은 표현은 혐의 내용이 확정적이란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박 시장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점에 고소의 내용까지 확인해 준 사람은 없었다. 기사는 또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단정하고, 그 이유를 “~듯”, “보인다” 같은 추정의 언어로 설명했다. ‘수습 힘들다 판단한 듯’, ‘사회적 지탄 압박 견디지 못한 듯’, ‘여론과 법의 심판을 받는 대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등이 그런 표현이다. 다른 기사에 보면 경찰이 “아직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한 말을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서의 존재조차 모호하던 상황에서 그가 무언가에 몰려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 본 것은 성급했다.
충분한 판단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내리는 원인 추정은 죽음의 이유를 오도하고, 특정인에게 죽음을 초래했다는 죄책감을 줄 위험이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권고기준 3.0’은 “자살은 단순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으로 유발된다. 따라서 표면적인 자살 동기만을 보도할 경우 결과적으로 잘못된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독자의 긍금증 해소가 중요했다면 피소 사실을 별도의 기사로 처리해 독자가 짐작하게 하거나, 기사에 넣더라도 “죽음과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이는 게 그 시점에서는 나았을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4970?lfrom=kakao
5.
충북 괴산군 칠성면 고향에서 ‘청인약방’을 운영해온 신종철(87)씨가 13일 약방을 괴산군에 기증하기로 했다. 1958년 3월1일 약방 문을 열었으니, 꼭 63년째 함께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