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여섯 시, 햇살을 켜 책을 읽었다

석봉이 체험

by 그린블루밍


낮이 길수록 좋다. 해가 쨍할수록 좋다. 창문 너머 들어오는 빛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우선은 햇살이 너무 좋으니 눈을 감고 잠시 누웠다. 내리쬐는 밝은 세상에 얼굴까지 담갔다. 몸의 어느 한 부분도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온기를 풍겨주니 더없이 따뜻했다. 마음속 어둡고 찬 기운을 한 톨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야무진 따스함이었다.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이 행복에 감사했다.


이렇게 광합성이 필요한 날이 있다. 매일 한 알 씩 챙겨 먹는 영양제 덕분에 비타민 D가 부족할 리는 없지만, 진짜 햇살을 받아야만 편히 숨 쉴 수 있을 것 같은 날. 먼지 섞인 공기라도 바깥세상의 것이니 눈 딱 감고 마시고 싶은 날. 자연에 풀썩 기대고 싶은 그런 날 말이다.


그런데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자유 대신 안정감을 선택당한 동물도, 일편단심 해만 바라보는 식물도, 소리만 없지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물도 이런 날이 있을 수 있다.


빨래가 말했다. 건조기에서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지긴 하지만, 왠지 오늘은 햇볕으로 천천히 말려지고 싶은걸.


책이 말했다. 세련된 LED 조명도 좋지만, 왠지 오늘은 투박한 햇볕으로 읽히고 싶은걸.


#Book, #Sunshine, #Happiness


인위적인 조명이 아닌 자연의 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그러니까 햇살이 온전히 담긴 활자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 그 자연스러움이 참 좋더라. 이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책 한 권과 창문 하나, 반짝이는 햇살만 있으면 충분하다. 가을이 오기 전, 한 번쯤 늦여름 햇살을 켜 책장을 넘겨보길 추천한다.


전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 훨씬 소중했을 것이다. 밤이 되면 보고 싶은 것을 촛불 옆에 이리저리 갖다 대야 겨우 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빛이 넘쳐나다 보니 햇살의 소중함이 옅어졌다. 원할 때면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것들을 다 할 수 있고, 불을 켜서 책을 읽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당연한 것들이, 편한 것들이 많아지는 세상에 감사하면서도 때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두운 밤, 조막만 한 빛으로 석봉이는 글을 쓰고 어머니는 떡을 썰던 시절이 우습게도 그리워지는 센티한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