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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Sep 01. 2021

선선하게 살고 싶다

Welcome Autumn!


더운 여름날이었다. 창문 너머로 날이 좀 흐린가 싶더니 소나기가 찾아왔다. 내리쬐는 햇볕은 그대로인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쨍한 햇볕과 빗방울의 조합은 조금 과장하자면 짜릿하기까지 했다. 고 몇 분 후, 소나기는 그쳤다. 언제 왔었 발뺌하는 듯했다. 


짧고 굵은 소나기 뒤에는 항상 상쾌함이 있다. 잠시였지만 비가 내리는 동안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세상이 뽀득뽀득 닦였다. 특별히 변한 게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바뀌었다. 밖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걸 지도.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기분.

봄이나 가을에 자주 만나는, 

여름철에는 소나기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문득 대단히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 선선한 날씨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시원한 태도로. 주저함 없이. 쿨하게. 별것 아닌 일로 열 받지 않고 뭣도 아닌 걸로 위축되지 않는,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며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그런 생각. 


선선-하다
1)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서늘하다.
2) 성질이나 태도가 까다롭지 않고 주저함이 없다.


고된 하루와 뜨거운 땀방울.

시린 하루와 차디찬 눈물.


이렇게 뜨겁고 차가운 것도 나름의 교훈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은 지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앞만 보고 달리며 고생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 행복한 오늘을 모아가고 싶다.






뜨거운 날씨에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기 쉽다. 하지 않으려고 했던 행동들을 나도 모르게 저지르곤 후회한다. 더위에 한껏 예민해지는 탓이다. 반면, 추운 날씨에는 위축되기 쉽다. 추워서 웅크려있는 모양처럼 생각도 쪼그라들고 행동도 소심해진다. 때로는 예민한 나보다는 넉넉한 내가 좋다.


그러니까, 내일은 덥지 않았으면 좋겠다.

춥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일상이 산책 같은,

일상이 여행 같은, 

그런 날이 었으면 한다. 


이젠 좀 선선하게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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